[사설] 무더기 공극 발생 고리원전, 이러고도 안전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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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원자력발전소 곳곳에서 수백 개의 ‘철근 구조물’이 드러난 채 가동되고, 격납건물 공극(작은 구멍이나 빈틈)도 전년도보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김상희(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부 철근 노출 사례는 지난해 9월 이후 올해 5월 사이 412개가 추가 확인돼 가동 원전 25기 전체서 총 847개로 나타났다. 원자로를 격납하고 있는 건물 공극도 지난해 332개(원전 14기)에서 원전 16기 341개로 늘어났다. 신고리 4호기, 한울 4호기에서는 그동안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공극이 발견되기도 했다. 원전 구조 안전성 측면에서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원안위·한수원 등 무책임한 변명만 반복
정확한 진상 규명·안전 종합대책 내놔야

한데, 원자력 안전규제 전문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나 관리하는 사업자인 한수원은 “보수공사를 마쳤고 안전상에 문제가 없다”고 무책임한 말만 반복한다. 지금까지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었으며, 개선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대책 없이 “더욱 노력하겠다”는 무성의한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 원전을 끼고 살아야 하는 ‘원전 도시’ 주민의 불안감과 고통을 그들이 알긴 하는가 말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올해 초 서울에 있는 원안위를 부산 등 원전 소재지로 옮겨서 원전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과 현장 중심의 정책 추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국회 차원의 보고서까지 냈을까를 되새겨 봐야 한다.

공극만 하더라도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격납건물은 말 그대로 원전 안전의 최후의 보루이다. 만에 하나 원전 내부에서 폭발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타격받은 공극 사이로 방사성 물질이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고리 3호기(전년도 2개)에 이어 4호기에서도 올해 새로 2개의 공극이 추가된 사실은 자못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신고리 4호기는 2019년 8월 상업 운전을 시작할 당시 국내 원전의 기술력이 집약된 최신식 원전이라면서 치켜세웠는데 불과 2년도 안 돼 공극이 2개소(최대 깊이 20㎝)에서 발견될 만큼 부실한 공사였던가 싶어서다.

문제가 된 외부 철근 노출과 공극 발생에 대한 정확한 진상 규명과 함께 원전 안전성 확보 종합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원전 운영을 맡고 있는 한수원은 물론이고 각종 검사를 담당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전 안전을 책임지는 원안위까지 실제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할 때다. 따지고 보면 공극 특별점검도 2017년 한빛 4호기 부실시공 논란으로 불거져 전체적인 조사로 이어졌다. 그 사이 원전 하자담보 책임 기간이나 손해배상 기간이 끝나서 전부 국민 세금으로 보수할 수밖에 없었다.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는 우리 속담도 있지만,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법이다. 원전 운영사와 안전 당국의 안전불감증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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