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강 최악 도시’ 부산, 공공의료 강화로 오명 벗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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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박형준 부산시장과 함께 폐업 이후 방치된 침례병원을 둘러보고 있다. 부산일보DB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박형준 부산시장과 함께 폐업 이후 방치된 침례병원을 둘러보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이 ‘건강 최악 도시’라는 오래된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사망 원인’에 따르면 부산은 암과 심장질환 사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뇌혈관질환·고혈압성질환·알츠하이머병 사망률이 두 번째로 높았다. 제2 도시 부산 시민으로서 참으로 민망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부산에 노인 인구가 많아서 사망률이 높게 나왔다고 하면 그나마 이해라도 하겠다. ‘연령 표준화’로 똑같은 연령 구조를 만들어 계산한 결과라 그렇지도 않다고 한다. 부산이 2000년 이후 해마다 암과 심장질환 사망률 선두권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니 이대로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암과 심장질환 사망률 해마다 선두권

치료 지원체계 부족해서 생겨난 결과


암 발생률은 다른 시·도와 비슷한데 사망률이 유독 높게 나온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시·도는 개인이 중증질환을 관리하도록 방치하지 않고, 다양한 환자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비교적 시스템이 잘 잡혀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부산은 환자가 병에 걸린 후 치료를 위한 지원체계가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의 이례적으로 높은 사망률은 공공의료 시스템 부족이 초래한 결과라는 것이다. 2018년 〈부산일보〉에도 2016년 부산의 고혈압 사망률이 전국 1위, 암·심장병 사망률이 2위라는 기사가 실렸다. ‘2018 부산 공공케어 보고서’라는 기획 시리즈는 그때도 똑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부산은 지금도 전체 의료기관 대비 공공병원 비율이 2.5%, 병상 규모 6%로 전국 17개 시·도별 공공의료 규모 중 꼴찌 수준이다.

서부산의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한 서부산의료원은 2016년에 설립 부지를 확정하고 2017년 설립 타당성 용역을 끝냈지만, 기재부의 예타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2026년 부산도시철도 신평역 공영주차장 부지에 들어서기로 확정된 서부산의료원은 그동안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 거둔 성과다. 하지만 침례병원의 공공병원화는 아직도 힘든 협상이 진행 중이라 동부권 공공의료 공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공공의료는 또한 지역경제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2017년 한 해에만 수도권으로 빠져나간 부산지역 환자가 무려 60만 명이나 된다. 이로 인한 역외 유출 진료비가 6000억 원, 환자 보호자의 숙박비와 교통비 등을 합치면 8000억 원으로 불어난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부산의 의료자원을 속히 보강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은 국민적인 공감을 얻었다. 코로나19와 일상생활을 같이해야 하는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공공의료의 역할보다 중요한 건 없다. 부산이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비아냥은 노인의 건강까지 잘 지켜 주는 도시라는 의미로 바뀌어야 한다. 국제관광도시 부산에 걸맞은 공공의료망이 절실하다. 대대적인 공공의료 확충을 통해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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