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벡델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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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새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동시에 영화 속 여성에 대한 편견과 비하 논란도 커지고 있다.

세상의 반은 여성이지만, 현실을 반영한다는 영화에서 여성의 존재는 여전히 미미하다. 이를 보여 주는 것이 영화 속 여성의 역할을 가늠하는 ‘벡델 테스트’이다.

벡델 테스트는 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이 남성 중심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계량하기 위해 만들었다. 여성 캐릭터가 보조 캐릭터로 머물지 않고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캐릭터로 묘사되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기준은 3가지이다. 첫째, 이름을 가진 여자가 최소 두 명 이상 등장하는가? 둘째, 이들이 서로 대화를 하는가? 셋째, 여성들이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에 관해 이야기하는가이다.

너무 쉽고 당연한 것 같지만, 최근 10년 동안 한국 영화의 50% 정도만 벡델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한다.

한국 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현실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자료가 있다. 한국 영화감독조합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개봉한 한국 영화 흥행작 20편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남성 캐릭터가 차지하는 시간 점유율이 여성 캐릭터보다 평균 2배가량 높았고, 영화 속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보다 10살 가까이 나이가 적게 설정된다.

얼굴 감지 AI 기술로 남성과 여성 캐릭터의 감정 변화도 분석했다. 두려움, 슬픔, 놀라움과 같은 수동적 감정에서는 여성 캐릭터의 수치가 높게 측정됐으나, 화남, 경멸, 역겨움과 같은 적극적 감정에서는 남성 캐릭터가 높게 측정되었다. 이는 여성 캐릭터가 대체로 방어적이고 수동적으로 그려진다는 뜻이다.

여성 관객들이 가끔 흥행 영화를 볼 때 재미있지만 동시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이런 결과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싶다.

스웨덴은 2013년부터 세계 최초로 영화 속 성 평등 지수를 반영하는 등급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 속에 나타나는 성별 고정관념이나 여성 혐오, 여성에 대한 폭력과 욕설 등을 분석해 등급을 매기는 방법이다. 이런 시스템 덕분인지 5년 만에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가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한국 영화에서도 익숙한 방식을 깨고 좀 더 과감하고 참신한 여성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김효정 라이프부장 ter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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