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느니 자식 준다”… ‘금수저 증여’ 매년 100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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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9) 씨는 최근 부산 연제구 10억 원대 아파트를 취득했다. 1년 전에는 수억 원을 들여 음식점도 열었다. 20살 젊은이가 무슨 돈이 있었을까. 그가 활용한 것은 ‘아빠 찬스’였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피해 미성년자에게 억대 부동산을 넘기는 ‘금수저 증여’가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도 매년 1000여 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이 사회적 화두인 상황에서 다수 시민에게 큰 상실감을 준다.

부산국세청 관할 ‘부울경·제주’
아빠찬스 ‘20세 미만 집주인’ 급증
부산 아파트 증여, 지난해의 배
‘규제 사각’ 1억 미만 주택 대부분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서병수 의원(부산진구갑)의 자료에 따르면, 부산국세청에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신고된 20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는 4890건, 4795억 원이다. 매년 20세 미만의 청소년 1000명에게 1억 원의 증여가 이뤄지는 셈이다. 같은 기간 10세 미만 어린이가 증여받은 경우는 1685건, 1725억 원이었다. 증여에는 주택, 주식, 현금 등이 있지만 부동산이 다수를 차지한다. 부산국세청은 부산, 울산, 경남, 제주를 관할한다.

지난해 7·10 대책 등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가 이어지자 올해 들어서는 아파트 증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부산의 아파트 거래 4만 5630건 중 증여는 3683건(8.1%)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4.6%)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예고한 올해 6월을 앞두고, 5월 30세 미만 아파트 거래도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5월 부산 전체 아파트 거래(5009건) 중 명의자가 30세 미만인 거래가 6.15%(308건)에 달했다. 2019년 통계치 작성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증여액이 평균 1억 원인 것은 ‘규제 사각지대’인 1억 원 미만 주택을 사들인 다주택자가 자식에게 증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7·10 대책 이후 올해 8월까지 부산에서 거래된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아파트는 총 1만 7400건에 달한다. 그 전 동기보다 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현행법상 1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한 취득세는 1.1%에 불과하다. 증여세도 1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10%까지만 적용하며, 증여자가 직계 존속인 경우 5000만 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올 6월부터 다주택자는 주택 수와 양도차액에 따라 최대 75%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자신이 보유한 주택 중 시세차익이 큰 주택을 팔기 전에 1억 원짜리 주택을 자식에게 증여하면 주택 수가 줄어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부산 금융업계 상담사는 “최근 소액 주택을 증여하고 싶다는 문의가 부쩍 많이 들어온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이 크게 오르면서 미리 주택 수를 줄이려고 증여세나 취득세 부담이 적은 주택부터 자녀에게 증여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서병수 의원은 “부모에게 도움을 받아 수억 원의 주택을 매수하는 10~20대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며 “부모가 편법으로 증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세청은 연소자의 주택 매매 자금 출처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혜림·이상배·이은철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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