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일본 커피 유학…가비방·마리포사 이끈 '커피 문화 선구자' 정동웅 씨 (영상)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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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학원 개설·교육 활약
현재 부전시장서 경양식집 운영

정동웅 씨 정동웅 씨

1978년 일본 가라사와 선생 밑에서 커피를 배워왔던 최초의 일본 커피 유학생, 정동웅 씨는 1980년대 가비방과 마리포사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커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전설’처럼 회자되곤 한다.

“국가에서 보내주는 유학 코스가 있었어요. 유럽을 돌고 일본에 갔는데 가라사와 소장이 하는 커피 마스터 코스가 있더라고요. 일본에서 커피로 유명하신 선생님인데 그 분께 커피를 배웠어요.”

그러나 막상 한국에 오니 ‘먹히지가’ 않더란다. “국민소득 2만 불은 돼야 커피가 대중화된다고 했는데, 그 당시 국민소득이 1000불이던 때였어요. 커피는 알고 먹으면 더 음미할 수 있는데, 다들 원두커피에 관심 가질 때가 아니었어요.” 정 씨는 가기 전처럼, 돌아와서도 다시 호텔에서 주방장 생활을 했다.

1982년 후배와 함께 가비방 문을 열고서부터는 커피 알리기에 더 적극적이 됐다. “알면 보이듯이, 알면 맛을 알게 되는 거잖아요.” 각 요일별로 콜롬비아, 브라질 등 산지별로 나눠 원두를 달리하고 토요일은 재고 정리를 위해 ‘스페셜’로 조금 저렴하게 팔았다. 요즘 스타벅스 같은 곳에 있는 ‘오늘의 커피’가 그 때도 있었던 것이다.

그 뒤 가비방을 떠나 1984년부터 마리포사 운영을 했던 정 씨는 다시 1989년 가비방에 합류해 가비방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후 1990년대 초반 투자자와의 문제 등으로 정 씨는 가비방을 떠났다.

이후로도 정 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학원을 시작하는가 하면 카페를 여는 이들을 위한 컨설팅과 교육, 경영 지도를 했다.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당시 교육 자료를 보면, ‘정복 차림의 손님이 오면 어떤 자리로 안내한다’ ‘멋진 여성이나 남성이 오면 어떤 자리로 안내한다’ 등의 세세한 매뉴얼까지 있다. 정 씨는 당시 커피 교육, 나아가 커피숍을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서비스 교육까지 철저히 했다. 이는 정 씨가 호텔 출신이라 가능했다.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정 씨는 지금 서면 부전시장 인근에서 ‘가미’라는 경양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이 레스토랑도 1998년 제자들과 후배들이 차려준 것이다. 함박스테이크 가격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 6000원, 돈까스는 20여년 전 2900원이던 것이 지금은 5000원으로 올랐다. 스프, 샐러드, 커피까지가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정 사장이 직접 내려주는 드립커피도 3000원이다.

“변함없이 찾아와주는 손님들이 계시니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요. 저는 그 때 당시 커피에 열정을 쏟았고, 제 할 일을 다 했다 생각합니다. 지금은 후배들의 몫이지요.”

누군가는 지금도 커피 사업을 같이 해보자며 찾아오기도 한다는데, 정 씨는 손사래를 친다고 했다. “제가 애칭을 붙인 조그만 로스팅 기계 알콩이 달콩이로 소량만 볶아서 취향이 같은 이들과 공유하는 것만 해도 너무 행복한 일입니다.” 일부 공급자들은 정 씨에게 지금도 생두 샘플을 보내주곤 하는데, 정 씨가 이 생두가 맛이 좋다고 하면 다음날 그 값이 오른다고 했다.

후배들이 너무도 잘하고 있지만, 정 씨는 요즘 커피숍들에 하나만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커피숍에서 나온 일회용컵이 너무 많아요. 머그잔이나 텀블러 사용을 유도하고, 그런 커피숍들에는 환경친화업소 간판도 걸어줬으면 좋겠어요.”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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