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상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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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경 수필집 ‘고주박이’
동의과학대 자동차과 교수

김순경 수필집 <고주박이> 표지 김순경 수필집 <고주박이> 표지

김순경 수필가가 세 번째 수필집 <고주박이>(수필과비평사)를 펴냈다.

표제작 소재인 고주박은 ‘땅에 박힌 채 죽은 나무 그루터기’를 뜻한다. 김 수필가의 202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수필 수상작이다.

저자는 산행길에서 고주박을 우연히 발견한다. 고주박은 한 때 나무였는지도 모를 만큼 거친핀 수피마저 벗어버린 짧은 몸통을 땅에 의지하고 있다. 비바람에 깎이고 쓸려나간 몸피에는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능선과 골짜기가 새겨져 있다. 썩은 밑둥치에 고통과 속박의 사연들이 물결처럼 새겨져 있다. 저자는 고주박을 통해 흘러 가는 세월 속에 지나치거나 혹은 사라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상념을 그려냈다.

이번 수필집에는 고주박이, 서생원의 한숨, 사람꽃, 천고마비, 갈대는 혼자 울지 않는다 등 총 40편이 5장에 걸쳐 수록돼 있다. ‘머리를 쳐드는 순간에 망한다’는 골프와 정치의 원리(‘천고마비’), 두꺼운 강판의 균열을 통한 인간관계 성찰(‘균열’) 등 현실에 대한 통찰력을 담은 글들도 눈에 띈다. 고양이, 쥐, 모기 등 동물을 의인화해 풀어낸 글에는 작가의 재치가 번뜩인다.

저자는 “인간의 삶도 고주박이와 다르지 않다. 아름드리 고목도 때가 되면 속 빈 몸피가 까맣게 썩어가듯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맨몸으로 간다”고 했다.

동의과학대 자동차과 교수인 저자는 전국수필과비평작가회 부회장, 부경수필문인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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