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영화로 만나는 미얀마 민주화운동과 여성 노동운동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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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비프 ‘리멤버부마: 부마에서 미얀마로’
과거 시민들이 민주화 외친 남포동에서
민주화운동과 국제 연대를 들여다보는 시간

평화시장 여성 노동자의 노동운동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미싱타는 여자들: 전태일의 누이들' 감독과 출연자들이 8일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진행된 GV 행사에 참석했다. 오금아 기자 평화시장 여성 노동자의 노동운동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미싱타는 여자들: 전태일의 누이들' 감독과 출연자들이 8일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진행된 GV 행사에 참석했다. 오금아 기자

부산 남포동에서 영화로 민주화운동과 국제 연대를 생각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는 올해 ‘데이바이데이(Day X Day)’ 프로그램을 야심차게 선보였다. 데이바이데이는 매일 한 가지씩 공통점을 가진 영화를 집중 탐구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주말 진행된 데이바이데이 ‘리멤버부마: 부마에서 미얀마로’에서는 ‘창살로 막을 수 없는 자유’ ‘미싱타는 여자들: 전태일의 누이들’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총 3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됐다.

커뮤니티비프에서는 지난해 원도심 특별전의 이름으로 ‘리멤버부마 2020’을 진행한 바 있다. 정미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래머는 “남포동은 BIFF의 발상지이면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민주화를 외쳤던 장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부마(부산·마산)와 광주가 민주항쟁의 역사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면, 올해는 민주화운동의 국제 연대를 강조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8일 부산 중구 남포동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소개된 세 편의 영화 중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다룬 ‘창살로 막을 수 없는 자유’와 한국 여성노동운동사를 들여다 본 ‘미싱타는 여자들: 전태일의 누이들’ 두 편을 만나봤다.


2021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리멤버부마: 부마에서 미얀마로' 중 미얀마 다큐멘터리 '창살로 막을 수 없는 자유' 상영 후 김영미 PD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의 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BIFF 제공 2021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리멤버부마: 부마에서 미얀마로' 중 미얀마 다큐멘터리 '창살로 막을 수 없는 자유' 상영 후 김영미 PD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의 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BIFF 제공

■ 미얀마 민주주의를 향한 외침

다큐멘터리 ‘창살로 막을 수 없는 자유’

김영미 PD 토크, 미얀마 정치 현실 소개

‘창살로 막을 수 없는 자유’(2012)는 1988년 반군부 민중항쟁인 ‘8888 항쟁’부터 아웅산 수치 여사의 정계 복귀 전까지 군부가 장악한 버마(현 미얀마)의 엄혹한 정치 현실을 보여준다. 민주화운동가들은 정치범으로 투옥되거나 고문을 당하고 해외로 도피해 투쟁을 이어간다. 영화 속에는 군부 비판 유인물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심지어 사이클론 피해와 관련해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수십 년의 징역을 선고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 상영 뒤 토크에 참여한 분쟁지역 전문 김영미 PD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민꼬나잉 같은 민주화운동가를 만나려면 미리 군부의 허가를 받고 군인과 함께 가야 했다”며 미얀마 군부의 통제 상황을 소개했다. 군부는 그가 머문 현지 호텔에도 도·감청 장비를 설치했다. 한국어 통역을 대동해서 김 PD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인터넷으로 어디에 접속했는지까지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다.

영화 '창살로 막을 수 없는 자유' 스틸 컷. BIFF 제공 영화 '창살로 막을 수 없는 자유' 스틸 컷. BIFF 제공

김 PD는 올 2월 군부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운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현재 미얀마 저항운동을 이끄는 2세대는 8888 항쟁의 주역인 1세대와 달리 민주주의를 누려본 경험이 있는 세대이다. 새로운 민주화운동 세력으로 부상한 이들에게 한국에서 보내는 지지는 큰 힘이 되고 있다. 김 PD는 “한국에서 미얀마 관련 방송이 나간다고 하면 시골 곳곳에서 숨어서 핸드폰으로 다 찾아볼 정도”라며 “지금 미얀마 국민들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했지만 한국에서 날아오는 응원과 메시지에 힘을 얻고 있다”며 미얀마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전태일의 누이들' 스틸 컷. BIFF 제공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전태일의 누이들' 스틸 컷. BIFF 제공

■ 잊혀졌던 여성 노동자의 서사

‘미싱타는 여자들: 전태일의 누이들’

청계피복노조 여성 노동운동 조명

‘미싱타는 여자들: 전태일의 누이들’(2020)은 1970년 전태일 분신 사건을 계기로 평화시장 노동자들이 결성한 청계피복노동조합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출품됐다. 이후 여러 영화제에 소개됐지만 코로나로 인해 두 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신순애, 이숙희, 임미경 씨 모두 참여하는 GV는 2021 커뮤니티비프가 처음이다.

열세 살 어린 나이에 노동 현장에 발을 들인 여성 노동자에게 노조는 ‘7번 시다’ ‘1번 오야’ 대신 자신들의 이름을 찾게 해줬다. 그들에게 새마을노동교실은 배움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해방구였다. 저녁 8시 노동교실을 가야 하는데 회사는 자꾸 야근을 시키니 자연스럽게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하게 된 것 등 영화는 주인공의 목소리로 여성 노동운동사를 들려준다.

다큐멘터리를 공동 연출한 이혁래 감독은 “당시 여성 노동자를 나약하고 수동적인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굳어져 있었던 것 같다”며 “이런 선입견을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 영화를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이었다”고 설명했다. 1977년 9월 9일 청계피복노조의 노동교실 사수투쟁으로 여성노동자 일부는 옥살이를 하게 된다. 어린 마음에 판사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겠지 생각했던 이들이 재판정에서 들은 이야기는 북한 99절과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신순애 씨는 “1978년 2심에서 풀려났는데도 경찰이 따라 다니며 회유와 압박을 계속했다”며 그 때문에 어머니가 집주인에게 ‘당신 딸이 간첩이니 우리 집에서 나가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쓰러지신 사연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전태일의 누이들'에 출연한 이숙희 씨가 커뮤니티비프 GV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BIFF 제공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전태일의 누이들'에 출연한 이숙희 씨가 커뮤니티비프 GV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BIFF 제공

영화 출연과 관련해 이숙희 씨는 “아래에 있는 많은 조합원은 (어디에서도) 호명을 안 해주지만, 그 조합원들이 없었으면 앞에 있는 사람이 아무리 유능하다고 해도 (노조가) 유지될 수 없는 것”이라며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계피복노조의 막내였던 임미경 씨는 “너무 어렸을 때 감옥에 간 이야기부터 가슴 아픈 기억들이 많아 영화를 찍는 내내 가슴 아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잘했다, 잘 견뎌주고 좋게 영화를 찍었구나’ 생각하고 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미싱타는 여자들: 전태일의 누이들’는 팬데믹 때문에 극장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김정영 감독은 “선생님들 인터뷰를 하다 보면 표정이 정말 좋은데, 큰 화면에서 이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 표정을 볼 수 있게) 꼭 극장에서 영화를 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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