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했잖아? 보기만 하는 과학관 해 보는 과학관으로 변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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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과학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산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보았을 추억의 과학관 두 곳이 최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재개관했다. LG디스커버리랩 부산(옛 LG사이언스홀 부산)과 부산어린이창의교육관(옛 부산어린이회관)이다. 운영 주체와 대상은 다르지만 두 곳 모두 최신 과학기술을 반영한 체험 공간으로, 지루한 전시관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이름뿐 아니라 많은 것이 바뀐 두 과학관을 찾아가보았다.


어린이 체험 중심 복합문화공간

부산어린이창의교육관은 어린이대공원에서 고개를 들면 산자락에 보이는 타워 건물, 옛 부산어린이회관이다. 1974년 개관했고, 73억 원이 투입된 리뉴얼을 거쳐 46년 만인 지난해 10월 재개관했다. 올 1월부터는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인원을 제한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과거 부산어린이회관이 기초과학 중심의 전시물 위주였다면 지금의 부산어린이창의교육관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중심에 둔 체험 기반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설계됐다. 유아와 초등학생이 대상인 만큼 과학을 배우기보다는 두드리고 만지고 뛰면서 ‘놀이’로 즐기는 콘셉트다.

1층은 유아와 초등 1~2학년을 위한 공간이다. 로봇댄스를 보고 직접 조작도 해보는 ‘로봇놀이터’, 그림을 그려서 스크린에 띄우거나(내가 그린 세상) 모래를 파거나 쌓으면 감자, 딸기, 땅콩 등 영상이 나타나는(만지작 만지작) 실감형 콘텐츠가 풍성하다. 유아놀이터와 소극장도 있다.

2층 전시관은 주로 초등 3학년 이상이 대상이지만 실감 나는 체험은 마찬가지다. 축구로봇이 빨간색 공을 좇아 슛을 날리는 걸 응원하거나 뇌파로 움직이는 레이싱게임을 해볼 수도 있다. 비행교육부터 시뮬레이션, 우주도시 건설까지 이어지는 VR 우주 체험이나 야구, 탁구, 자전거레이싱 등 7개 종목의 ICT 융합스포츠관은 늘 만원이다.

3층은 문화공간이다. 창밖의 숲을 보면서 눕거나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놀이숲도서관은 교육관이 자랑하는 공간이다. 명상쉼터에서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하는 명상이나 어린이영화 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백양산 전망이 멋진 10층 전망대도 숨은 명소다.

로봇놀이터·축구로봇·ICT융합스포츠 등
만지고 뛰면서 ‘놀이’로 과학 즐기는 곳
월별 주말 예약 5분 만에 매진되는 ‘핫플’

체험 중심 콘텐츠나 네잎 클로버 모양의 원형 전시관, 2시간 30분 관람 시간 제한과 개별프로그램 현장 발권 방식은 과학관보다는 놀이공원을 연상하게 한다. 조영기 운영팀장은 “아이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유아·초등 교육 전문가로 TF를 꾸리고 콘텐츠 개발부터 이름, 공간 구성까지 모든 영역에 교육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반응은 뜨겁다. 한달치 주말 예약은 예약 시작 5분 만에 매진된다. 하승희 운영부장은 “전문 과학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고 방역 관리도 철저해서 엄마들 사이에서 ‘핫플’로 입소문이 났다”고 전했다. 김혜정 전시해설실장은 “시간 제한이 있으니 연령별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미리 동선을 짜고 오면 더 효과적”이라면서 “장애인 어린이 가족을 위한 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니 더 많은 어린이들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내에 있다. 월요일은 휴관한다. 개인 관람은 유아와 초등학생을 동반한 가족 단위로 평일 오후와 주말·공휴일에 사전 예약만 받는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홈페이지에서 그달 예약을 시작한다. 차량 출입이 제한되지만 임산부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사전에 협의하면 따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해보면서 배우는 인공지능 교육공간

LG사이언스홀 부산은 지난 5일 LG디스커버리랩 부산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부산 시민들과 과학계의 아쉬움 속에 폐관한 지 1년 10개월 만의 귀환이다. LG사이언스홀 부산은 그룹의 모태인 락희화학과 금성사 공장이 있던 연지동에 1998년 5월 LG청소년과학관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고 21년간 운영됐다.

LG디스커버리랩 부산 이은정 책임은 “과학 분야 전반의 전시체험 공간이었던 사이언스홀과 달리 LG디스커버리랩은 인공지능이라는 주제와 교육 기능에 초점을 맞춘 공간”이라면서 “과학교육공간에 대한 지역의 수요가 여전히 큰 것을 확인하고 수 차례 협의를 거쳐 서울보다 앞서서 LG디스커버리랩 부산을 개관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1층 입구에서는 화장품 판매 매장과 물류센터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모형 시연을 먼저 만난다. 같은 층의 개방형 교육장을 지나서 2층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인 교육장이 나온다. LG 인공지능 연구원과 LG전자를 비롯한 현장의 연구자들이 인공지능을 로봇, 시각지능, 언어지능, 디지털휴먼, 데이터지능의 5개 분야로 나누어서 청소년 눈높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현재는 제스처 인식, 슬램, 챗봇 등 3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인공지능’ 교육
제스처 인식·슬램·챗봇 프로그램 운영
직접 해 보면서 배우는 방식으로 흥미 UP

모든 교육은 ‘러닝 바이 두잉(해보면서 배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제스처 인식 연구소에서는 미니 로봇 조립부터 시작해 모터 회전 방향을 지시하는 손동작을 촬영하고, 해당 동작을 코딩으로 입력한 다음 손동작만으로 직접 로봇을 제어해보는 식이다. 슬램 연구소는 로봇 청소기부터 자율주행 차량까지 널리 이용되는 슬램(SLAM, Simultaneous Localization and Mapping) 기법을 배우는 곳이다. 로봇청소기가 장애물과의 거리를 측정해 이동 경로를 계산하는 과정을 직접 수행해본다. 11월부터 운영될 챗봇 연구소에서는 미래직업을 주제로 자연어 처리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는 챗봇을 직접 제작한다.

지난 7일 3학년 학생들과 프로그램을 이용한 만덕중학교 안성림 교사는 “학생들이 2학년 정보 수업에서 코딩을 배웠고, 대학생 보조 강사들도 도와줘서 코딩과 로봇 작동 교육을 무난히 따라갔다”면서 “부산에 인공지능 특화 교육공간이 생겨 기대가 크고, 연령이나 수준별 다양한 난이도의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LG디스커버리랩 부산은 일단 교육의 난이도나 자유학년제를 고려해 중학교 1학년을 주요 대상으로 설정하고 학급 단위 신청을 받아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부산시교육청과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또 시민들의 문의가 많은 만큼 연말까지는 다양한 기관별 교육을 해보면서 향후 교육 대상과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부산 부산진구 연지동 LG화학 건물 1~2층에 있다. 화~금요일에 오전반(오전 9시 30분)과 오후반(오후 1시)으로 나눠 프로그램별로 2시간 과정을 운영한다. 지금은 홈페이지에서 중학교(1학년) 단체 사전 신청만 받는다.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8~12명 정원으로 축소 운영하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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