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주도 오커스, 지역 안정 해칠 것”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중국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반(反)오커스 외교전’을 펼치며 반미 규합을 시도했다. 지난달 15일 출범한 오커스(AUKUS)는 미국·영국·호주 3국의 새로운 안보 협력체다. 최근 미국이 오커스를 결성하고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협력을 강화하는 등 대중 견제 행보에 속도를 내자 중국도 본격적인 반미 외교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왕이 외교부장 등 중국 대표단
영국·호주 참여 3국 협력체 겨냥
카자흐 국제 회의서 공개 성토
국제사회, 반미 규합 시도 분석

1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 구축 회의(CICA)에 화상으로 참여해 오커스를 강하게 비난했다. 왕 부장은 “오커스의 핵잠수함 협력 계획은 핵 확산 위험을 초래하고 새로운 군비 경쟁을 유발해 지역 평화와 안정을 해칠 것”이라면서 “또 동남아 비핵지대 건설을 파괴하며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돌아가게 하는 등 많은 위해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충면 외교부 국제안보대사도 우리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회의 주제가 ‘포스트 팬데믹 시대, 새로운 현실의 아시아 안보 및 지속가능 개발’이었지만, 중국은 이날 오커스의 잠재적 위험을 알리는데 적잖은 시간을 할애했다.

왕 부장은 “우리는 오커스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본질을 인식해야 하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어떠한 시도도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며 아시아 국가들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러위청 외교부 부부장도 이날 중국 CGTN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커스는 새로운 냉전과 제로섬 게임을 일으키는 등 백해무익하다”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긴장감을 불어 넣은 뒤 혼란한 틈을 타 한 몫 해보려는 게 오커스의 의도”라고 비난했다.

이번 중국 외교부의 발언을 두고 중국이 오커스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을 이용해 반미 규합을 시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커스 창설을 알리며 “영국과 손잡고 호주에 핵잠수함 건조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로 인해 호주가 프랑스 방산업체와 맺은 대규모 디젤 잠수함 공급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했고, 이에 프랑스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도 지난해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고자 핵잠수함 보유를 추진했지만, 미국으로부터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호주의 핵잠수함 건조 지원 결정을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이중 잣대”라는 불만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명분 삼아 핵 확산을 초래했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미·중 신냉전 체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 같은 갈등이 크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스인훙 중국 인민대학 교수는 “지난 8개월과 비교했을 때 현재 중국과 미국 사이는 긴장감이 매우 고조된 상태”라며 “가까운 미래에 의미심장하게 (갈등이)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