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36) 영도의 과거와 현재를 풍경화로 마주하다, 임호 ‘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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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1918~1974)는 경남 의령에서 출생했고 일본 오사카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배웠다. 일본 유학시절 스승인 사이토 요리의 영향을 받아 후기 인상주의 경향의 회화를 주로 제작했다. 해방 이후 영남상업고등학교(현 부산정보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하면서 부산에 정착하게 된다. 임호는 부산 토착 작가들과 결성한 ‘토벽회(土壁會)’를 시작으로, ‘혁토사(爀土社)’, ‘흑마(黑摩)’ 등 여러 그룹의 동인으로 활동하며 부산미술의 정체성을 모색해 나갔다.

임호의 작업은 뚜렷한 윤곽선과 짧은 터치로 구현된 마티에르를 특징으로 한다. 1950년에 제작한 ‘영도’는 부산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952년작 ‘흑선’ 등과 함께 작가의 초기 작품 경향을 살필 수 있는 회화이다. 작가는 자신이 실제 거주했던 1950년대 영도의 풍경을 다양한 시점으로 관찰하여 화폭에 담아 냈다.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풍경화이지만, 섬의 지형을 따라난 흙길과 마을의 모습은 당시 부산의 풍토와 피난민들의 일상을 환기시킨다. 그림 속 영도의 지형은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다. 토벽의 질감을 연상시키는 두터운 마티에르는 작품이 표출하고 있는 풍토성을 재차 강조한다.

이처럼 임호의 회화에는 향토적이고 민족적인 정서가 밀도 있게 표현되어 있다. 초기에는 ‘영도’와 같이 인상주의 기법을 바탕으로 짙은 풍토성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을 선보였지만, 이후 임호는 전통적 불화를 유화로 재해석하는 등 회화에 대한 사색과 실험적 자세를 보여줬다. 부산의 지역적 특수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한국 근대미술의 실험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임호의 작업 세계는 보다 심도 있게 연구될 필요가 있다.

임호의 ‘영도’는 현재 부산시립미술관 2층에서 열리고 있는 ‘BMA 소장품 보고’ 전시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전체 소장품의 현황과 2018~2021년 신소장품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20일까지 진행된다. 김민정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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