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전설은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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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작 ‘매염방’ 기자회견

“메이옌팡(매염방)과 동시대에 성장한 관객은 부디 (기대와 달라) 저희를 욕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 또래는 메이옌팡이 그립고 보고 싶다는 마음이, 그를 잘 모르는 젊은 관객은 메이옌팡에 관심이 생겨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작 ‘매염방’을 연출한 렁록만 감독은 이렇게 강조했다. 13일 오후 열린 BIFF 폐막작 화상 기자회견에는 부산에서 허문영 BIFF 집행위원장, 홍콩에서 렁록만 감독, 중국 광저우에서 배우 왕단니가 참석했다.

가수·배우 메이옌팡 전기 영화
렁록만 감독·배우 왕단니 회견
3000 대 1 경쟁 끝에 주연 낙점
촬영장 ‘눈물바다’된 사연 전해

‘매염방’은 1980년대 데뷔해 2000년대까지 최정상을 달린 홍콩의 가수 겸 배우인 메이옌팡(1963~2003)을 그린 전기 영화다. 한국에서 메이옌팡은 배우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홍콩을 비롯한 중화권에는 그의 배우 경력만큼 최정상을 달렸던 가수이자 홍콩 연예계의 ‘맏언니’로 큰 존재감을 가진 인물이었다.

‘매염방’ 역할을 맡은 왕단니는 이번 영화로 데뷔한 신인이다. 그는 3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이 역할에 낙점됐다. 왕단니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캐스팅 이후 촬영 현장에 가니 스태프들이 모두 ‘메이옌팡 선생님 좋은 아침이에요’라고 말을 걸어줘서 역할에 몰입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렁 감독은 “사실 메이옌팡과 얼마나 닮았는지는 전혀 보지 않았고 느낌과 캐릭터가 맞는지 위주로 검토하면서 1년 넘게 캐스팅 과정을 거쳤다”면서 “최종 후보가 모두 의상을 입고 영화 속 마지막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연기하는 것을 보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왕단니 배우가 노래할 때 뒤를 돌아보니 현장 여성 스태프가 모두 울고 있었고 왕단니 배우의 진심이 느껴져서 그런 것 같았다”고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영화는 메이옌팡의 인간적인 면모에 주목한다. 슈퍼스타로서 홍콩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위기가 닥쳤을 때 홍콩 스타들과 자선 콘서트를 개최해서 기금을 모은 사실, 절친했던 배우 장궈룽(장국영)의 장례식에서 슬퍼하는 모습, 연예인으로서는 성공했지만 사랑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연애사까지 담백하게 그려낸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메이옌팡의 지인들을 인터뷰하고 각본을 썼다는 렁 감독은 “인상 깊었던 점은 아무도 (메이옌팡 선생이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속상해하지 않았다”면서 “다들 오늘도 그냥 지각해서 나타나지 않는 거라고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일화도 전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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