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동반자법’ 제정으로 ‘대안가족’ 논의 본격화해야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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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연합뉴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연합뉴스

대안가족은 혼인과 혈연이라는 전통적인 가족의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가족이다. 코로나19를 맞아 약해진 사회적 돌봄망을 이런 관계들이 상당 부분 지탱해 냈다.


여러 형태 생활공동체 인정해야

수술 동의 등 보호자 권리 행사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움직임도


국회에서는 기존의 가족이 보듬지 못한 빈틈을 메워 주는 이들 대안가족을 위해 ‘생활동반자법’ 제정과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의 움직임이 있다.

8월 12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은 생활동반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 ‘가족, 결혼을 넘다’를 개최했다. 7년 전 사회적 편견으로 발의되지 못한 진선미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생활동반자는 혼인이나 혈연 관계에 있지 않지만, 함께 살며 서로를 돌보기로 한 이들을 일컫는다. 생활동반자법은 다양한 형태의 생활공동체를 사회를 구성하는 법적 단위로 인정하자는 게 취지다.

이 법이 제정되면 생활동반자는 서로의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있다. 먼저 수술 동의 등 의료 행위에 대한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 동거자는 서로에게 전 재산을 내어줄 수 있다고 할 만큼 각별한 사이지만, 서로가 긴급한 수술을 앞두고 있을 때 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다.

16년 전인 2005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혼인, 혈연, 입양으로만 형성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다양한 가족과 가정의 형태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국회에서는 2006년 법 개정안이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하다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올해 1월 여성가족부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 가족 개념을 확대하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내용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하지만 국회 내 보수계열 의원의 반대와 보수종교계 반대가 여전히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생활동반자법 제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올 5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도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놓고 설전이 오갔다. ‘일부 계층의 의견만으로 법을 개정할 수는 없다’는 게 핵심 반대 논리였다. 이제는 ‘동성애 찬반’ 수준의 줄다리기에서 벗어나, 코로나19로 드러난 복지 빈틈을 메울 수 있는 포괄적 정책으로 법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혜인 의원은 “이제는 ‘동성애 찬반’을 넘어 어떻게 해야 지금 국민들이 겪고 있는 차별을 잘 예방하고 구제할 것인지, 대안가족을 법적으로 인정할 때 어떤 요건들을 더 고려해야 가족 구성원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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