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벤처기업 투자 ‘몰빵’, 국책은행 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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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이 투자하는 혁신벤처기업의 75%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기업은행이 최근 5년간 투자한 벤처 231곳 중 185곳, 산업은행의 경우 투자 벤처 246곳 중 184곳이 수도권 소재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경제의 씨앗이라 할 혁신벤처기업, 신생 기업마저 수도권 중심으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 금액을 놓고 따져도 수도권 기업에 들어가는 돈은 비수도권 기업에 비해 3~4배나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100대 기업에 드는 업체가 한 곳도 없을 정도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부산으로서는 출발부터 소외되는 벤처기업의 열악한 현실이 자못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비수도권 소외 심각한 지방 홀대
국가 균형발전 차원 지원 강화를

차별의 행태는 투자 기업 수와 금액 같은 양적 격차를 넘어 질적으로도 심각한 불균형을 지니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두 국책은행은 수도권 기업에는 은행이 주주가 되는 ‘보통주 투자’ 방식을 적용하면서도 비수도권 기업에 대해서는 상환 의무를 지우는 ‘대출형 투자’에 집중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본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의 경우 상환 부담이 과하지 않도록 보통주 투자 중심으로 지원해 주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상환 의무가 주어질 수 있는 방식의 투자를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지역 기업에 집중하는 것은 심각한 지방 홀대가 아닐 수 없다.

나라 안의 중소기업과 지역 기업을 막론하고 그들의 경제적 위상 강화를 위해 골고루 지원 혜택을 주는 것이 국책은행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수도권에 대한 투자 지원 차별은 지난 4년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기야 정부 재정 투입에서도 지역 벤처 소외 현상이 여전한데 국책은행을 탓해서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벤처 지원을 위해 정부 재정으로 만든 ‘모태펀드’는 출자액이 6조 247억 원 규모에 달하지만 지방계정 비중은 최근 7년 기준으로 고작 연평균 3.2%에 머물러 있다. 사태가 이러하니 외국인 투자가 수도권에 몰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물론 국책은행도 고유한 결정 권한을 존중받아야 한다. 효율적 재정 운용을 통해 살림살이 규모를 키워야 하는 원칙 자체를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 대비 수익을 과도하게 따지는 것은 국책은행의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 각종 지원을 수도권에 ‘몰빵’하니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분출하는 것이다. 정부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국가 내 불평등을 완화하고 불균형을 조정하는 데 있다. 국책은행은 그런 의지를 가진 정부의 정책 수단이다. 더 이상 비수도권 기업이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 벤처기업에 대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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