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부산백병원, 학교 폐교 시도 멈춰라”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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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원과 주원초등학교 전경. 부산 부산진구 백병원이 병원 앞 주원초등의 통폐합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일보DB 백병원과 주원초등학교 전경. 부산 부산진구 백병원이 병원 앞 주원초등의 통폐합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일보DB

학교 통폐합과 관련해 아무런 권한도 없는 대학병원이 병원 시설을 확장할 목적으로 인근 초등학교 통폐합 서명운동(부산일보 9월 3일 자 2면 보도)을 벌이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시교육청도 해당 학교를 두고 진행 중인 통폐합 절차는 없다고 못 박았다.

1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 하윤수 회장은 “부산진구 주원초등학교 통폐합을 교육청도 아닌 민간 병원인 인제대백병원이 주도하는 건 경제 논리로 공교육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하 회장은 “부산시교육청도 관망하는 태도를 버리고 적극 개입해 소모적인 지역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며 “한국교총 차원에서 민간병원이 학교 통폐합을 유도하는 행태를 막을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주원초등 통폐합 서명운동 겨냥

하윤수 회장 “공교육 위협 처사”

직원 가족·친구 등 서명 동원 의혹

부산교육청 “통폐합 여지 없다”


한국교총까지 반대에 나선 초등학교 통폐합 서명운동은 개금동 인제대부산백병원(이하 백병원)이 지난달 초부터 인근 개금동 아파트 입주자대표 등과 함께 진행 중이다. 이들은 ‘주원초등 통폐합 주민 서명부’를 배포하고 폐교에 찬성하는 주민 서명을 모으고 있다.

백병원 측은 조만간 부산시교육청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준공 40년이 다 된 백병원의 시설 노후화와 주차난 등 문제로 지역 의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시설 확장을 위해서는 병원과 인접한 주원초등학교의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게 백병원의 주장이다.

일반학급 8개, 특수학급 1개 등 총 9개 학급 규모의 주원초등학교에는 현재 학생 154명이 재학 중이다. 백병원은 이 학교가 폐교되면 해당 부지를 매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백병원 측은 주원초등학교가 폐교되어도 인근에 2개 초등학교가 있어 통폐합으로 인한 학생 수용 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병원 사무국은 “주차난과 시설 노후화 등 문제로 병원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는 만큼, 주원초등 통폐합 논의는 지역 발전과 의료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주원초등학교는 2017년 한 때 통폐합이 거론된 적도 있으나 학부모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그 후 부산시교육청은 통폐합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진행되는 관련 절차도 없다. 그런데도 민간 병원인 백병원 측이 나서서 사실상의 ‘폐교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백병원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백병원 한 직원은 “지역 사회 발전이 명분이라면서 정작 서명은 아무런 내용을 모르는 직원 가족부터 친구, 하물며 타지역에 사는 친척까지 동원되고 있다”며 “주먹구구식 서명이 과연 지역민을 대표하는 목소리가 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백병원의 여론몰이에 한국교총의 반발까지 더해지자 부산시교육청도 주원초등학교의 통폐합은 당장 진행될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주원초등 부지 역시 학교용지이기 때문에 교육 목적 활용이 1순위라 민간 매각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주원초등학교는 학생 수는 작지만 학부모 만족도가 높은 데다 통폐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고 학습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어 당장 통폐합이 진행될 여지는 없다”며 “폐교되더라도 해당 부지는 교육용지이기 때문에 교육적 용도 활용이 우선이다”고 전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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