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깎이고서야 부랴부랴 ‘성추행 교감’ 해임한 사립 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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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감의 성추행 건에 대해 교육청이 내린 징계를 학교법인이 몇 년째 이행하지 않자 결국 부산시의회가 학교 시설 보수 예산을 깎는 지경에 이르렀다. 학교 재단법인은 뒤늦게 징계를 이행했지만, 예산은 이미 삭감된 뒤라 늦은 대응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18일 부산시의회 따르면 지난달 9일 열린 추가경졍예산안 종합심사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징계 처분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부산진구 A고등학교의 옥상방수 등 시설개선사업 예산 5억 7000여 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A 고등학교의 B 학교법인에 동료 교사를 성추행 한 C교감을 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B 학교법인은 이를 이행하지 않다가, 지난달 예산이 삭감되자 부랴부랴 지난 1일 해당 교감을 해임했다.

교육청 징계 요구 몇 년째 미적
부산시의회, 시설 보수비 삭감
학교 측 뒤늦게 교감 해임 결정
피해는 애먼 학생들에게 돌아가


부산시의회와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C 씨는 지난 2016년 11월 동료 교사에게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고, 피해 교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다음 해인 2017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추행이 맞다는 취지의 결론을 냈고, 부산시교육청은 같은 해 9월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B 학교법인에 C 씨에게 중징계(해임)를 내릴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법인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해당 교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항소 및 상고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교육청 측은 징계를 이행할 것을 다시 요구했다. 하지만 질병휴직 등을 내며 미루다, 지난달 15일 학교법인이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임을 의결했고 지난 1일 해당 교감은 공식 해임됐다.

해당 교감은 이번 성추행 건뿐만 아니라 학생 폭행 등으로 이미 3번의 징계 요청을 교육청으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B 학교법인은 번번이 교육청이 요구한 징계 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를 내려왔다. 교육청은 각각 중징계, 중징계(해임), 경고의 처분을 내렸으나 첫 번째 사건을 제외하고는 교육청의 요청보다 낮은 수준인 경징계와 주의 처분을 각각 내렸다. 관련법상 교육청의 징계수준을 이행하지 않는 사립학교에 대해 교육청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번 성추행 건에 대해서도 이런 법의 사각지대를 노려 징계 이행을 늦췄고, 보다 못한 시의회가 예산 삭감이라는 칼을 꺼낸 것이다. 결국 학교법인이 징계 절차를 미뤄 옥상방수와 외벽마감재교체 등의 시설 사업비를 받지 못해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사립학교의 소극적인 징계 관행은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개정된 사학법에 따르면 사립학교가 교육청의 징계를 따르지 않을 경우 재심의를 학교 측에서 진행했던 이전과 달리 교육청 측에서 열 수 있게 된다. 사학법은 올해 8월 개정되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정화 시의원은 “해당 학교의 교감이 교육청 징계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님에도 번번이 교육청 징계 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를 내려왔고 이번 건은 아예 징계 미뤄왔기 때문에 삭감을 결정한 것이다”라며 “다만 뒤늦게라도 징계를 이행했기 때문에 다음 예산에는 반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학교법인 측은 “징계가 늦어진 데 대해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고, 이 이유는 밝힐 수 없다”고 해명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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