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네트워크 대란… 85분 ‘OFF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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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전국 곳곳에서 KT의 유·무선 네트워크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부산 동구 한 식당에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 접속 장애로 현금결제를 당부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25일 점심시간 전후 KT 통신망 장애로 전화와 인터넷 등이 마비되어 전국적으로 한 시간가량 큰 혼란이 빚어졌다. 식당 등 업소들의 결제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고, 주식 거래 피해자도 속출했다. 부산에서는 BRT 공사 구간의 신호체계에 영향을 끼쳐 일대 교통이 한때 마비됐으며, 온라인 강의와 시험을 진행하던 대학에도 항의가 빗발쳤다. 바이러스나 화재로 발생한 이전 사고와 달리 라우터 오류라는 단순 실수로 국가기간통신망이 전국적으로 마비된 초유의 사태에 관리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점심시간 전후 통신망 장애
결제 시스템·교통 신호체계 먹통
식당·증권 업계 등 이용자 큰 불편
대학가 온라인 강의·시험도 차질
KT “디도스 공격 아닌 라우팅 오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0분께 KT의 전국적 유·무선 서비스의 중단·지연 등 장애가 발생했다. KT는 낮 12시 45분 서비스 복구가 이뤄졌다고 정부에 보고했다.

이날 발생한 통신장애는 “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가 원인”이라고 KT 측은 밝혔다. 처음에 KT는 통신장애가 발생하자 “대규모 디도스 공격”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가 자체 조사 이후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KT 인터넷망의 대규모 통신 장애로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일부 신용카드의 결제, 배달앱까지 ‘먹통’이 됐다.

증권회사들에는 KT를 사용하는 고객이 증권사 온라인 시스템에 접속할 수 없게 되면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일부 고객이 통신망 장애로 인한 손실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증권사들은 “온라인 장애에 따른 보상은 증권사 귀책 사유가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카드사도 이날 통신장애로 고객들의 항의성 전화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KT 인터넷 장애가 발생한 시간대에 평소보다 카드 승인이 35~4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통신장애는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앱에도 큰 피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배달앱이 KT에 서버를 둬 KT에 장애가 발생하는 동안 서비스 자체가 되지 않았다는 게 배달앱 업체의 분석이다.

은행권은 그나마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거래 전산망에는 모든 통신사가 다 들어와 있어 한 통신사에 문제가 생겨도 바로 다른 통신사로 대체된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부산 동구 중앙대로 일대는 이날 시작한 BRT 공사에 통신장애까지 더해지면서 도로가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 김 모(49) 씨는 “점심 먹고 회사로 돌아오던 길에 신호등이 깜빡거리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도로가 마비됐다. 그래서 결국 차에서 내려 회사까지 걸어와야 했다”고 전했다.

이날 KT의 인터넷 서비스 장애로 대학가에서도 피해가 빚어졌다. 부산의 A대학에서는 인터넷이 갑자기 먹통이 돼 온라인 수업과 중간고사, 과제제출 등에 차질을 빚었다. 이 때문에 해당 대학 측은 온라인 수업을 연기하고, 과제 제출 기간을 연장하거나 학생들에게 이메일 등으로 제출하도록 알렸다. 또한 온라인 시험은 재시험 또는 과제로 대체하는 대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B대학 또한 온라인 중간고사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져 재시험 여부 등을 비롯해 추후 조치를 논의 중이다.

김종우·황석하·곽진석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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