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도 축제도 못 즐기고 졸업 앞둔 ‘코로나 학번’ 전문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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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반환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올해 초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에서 대학생 코로나19 대책 마련 및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전문대 20학번 김경환(20·재활운동건강과) 씨는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졸업이 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캠퍼스 생활의 낭만이라는 MT나 축제 등의 오프라인 행사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김 씨다. 심지어 신입생에게 대학 생활을 알려주는 오리엔테이션(OT)도 비대면으로 했다. 수업이라고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방역수칙에 따라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이 번갈아 진행됐고, 김 씨는 등교와 온라인 수업을 수시로 오갔다. 같은 과라고는 하는데 얼굴을 모르는 동급생도 여럿인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코로나 학번’ 김 씨는 공식적인 학과 생활은 한 번도 하지 못한 채 졸업을 앞둔 상황이 됐다.

코로나19 창궐 시작한 2020년
입학 후 캠퍼스 낭만 경험 못 해
비대면 수업, 사교도 언감생심
내년 2월 졸업도 비대면 가능성
서울 일부 대학 등록금 반환 요구

김 씨는 “대학 입학 전에는 엠티나 축제 등 선후배가 어울리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한 번도 하지 못하고 대학 생활이 끝나가고 있어 아쉽다”면서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학교 적응을 하지 못하고 휴학이나 자퇴를 하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2년제 전문대에 진학한 2020학번 대학생에게는 ‘비운의 학번’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입학 후 줄곧 비대면 수업만 하다 이제 곧 졸업을 눈앞에 뒀기 때문이다. 2년 내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바람에 이들에게 MT나 대학 축제는 ‘그림의 떡’이었다. 그나마 수업마저도 대면과 비대면을 번갈아 진행하는 통에 과연 졸업장을 받아들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의문이 갈 지경이다.

부산의 전문대는 경남정보대, 대동대, 동의과학대, 동주대, 부산경상대, 부산과학기술대, 부산여자대, 부산예술대 등 총 8곳이 있다. 대학정보 공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부산지역 전문대 입학자 수는 2019년 1만 2654명, 2020년 1만 1054명, 올해 9671명이다. ‘코로나 학번’인 21학번과 20학번이 부산에만 2만 명이 있다는 이야기다.

부산과기대 조충현 홍보팀장은 “코로나 이후 공식적인 학교 행사는 지난해부터 모두 취소했다”면서 “내년 2월 열리는 졸업식도 비대면으로 열릴 것으로 보이는데, 교육부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곳곳에서 ‘대학 생활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한숨이 터져 나온다. 애초부터 학교생활 대신 자기개발이나 자격증을 따는데 몰두한 이들도 있다.

올해 입학한 경남정보대 임대환(19·호텔외식조리학과) 씨는 “한 학과에 180명 정도 되는데 아무래도 학내 행사가 없다 보니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도 많다”면서 “코로나 전에는 MT 가서 즐거운 시간도 보내는 기대도 했지만, 행사 자체가 없으니 남는 시간을 자격증 공부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다 보니 취업이 중요한 전문대에서는 진로 상담도 마땅치 않았다. 동의과학대학교 AI전자학과 김대경 교수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고, 대면수업에서도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하다보니 우리 과 학생이라는 데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때가 있다”며 “과거처럼 제자들과 자유롭게 만나 질문이나 진로상담 등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아쉽다”고 전했다.

‘위드 코로나’ 선언을 앞두고 2021학년도가 마감될 시점이 다가오자 다시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일부 대학에서는 ‘장기화한 코로나 19로 수업권이 침해받았다’며 등록금 반환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화여대 동아리 연합 ‘이화 RightNow(라잇나우) 연대체’는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40% 반환과 내년 등록금 인하를 주장했다.

김성현·탁경륜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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