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이재명 복심’ 정진상 통화 내용 ‘진상 규명’ 열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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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이 기각된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이 4일 오전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는 이날 구속됐다. 연합뉴스

‘대장동 의혹’과 관련,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복심’으로 불리는 정진상 현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 부실장은 유 전 본부장에게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는 입장이지만, 당시 극단적 선택까지 하려 한 것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과 정 부실장이 긴박한 상황에서 왜 통화를 했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가 대장동 의혹의 진상을 규명할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유, 자택 압수수색 당시 통화
‘대화 내용’ 수사 핵심으로 부상
정 부실장 조사 불가피할 전망
정 “알던 본부장과 달라 확인”

4일 일부 언론은 검찰의 9월 29일 유 전 본부장 자택 압수수색 당시 통화 상대가 정 부실장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정 부실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시 (정영학)녹취록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평소 알던 유 전 본부장의 모습과 너무 달라 직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통화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고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유 전 본부장의 압수수색 전 통화 상대가 누구인지는 이번 사건 수사의 중요한 쟁점으로 거론돼 왔다. 유 전 본부장이 검찰 수사관들이 집에 들어오기 전 해당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집어던져 폐기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대장동 의혹의 실체가 해당 통화에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배경이다. 검찰이 한동안 찾지 못한 휴대전화는 경기남부경찰청이 주변 건물의 CCTV 영상을 분석한 끝에 찾아내 포렌식을 진행해 왔다. 수사당국은 유 전 본부장이 위기 상황에서 정 부실장과 통화한 만큼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긴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당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실장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 부실장의 이날 해명이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20일 경기도청 국정감사에서 “(유 전 본부장이)작년부터 이혼 문제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며 “제가 들은 바로는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시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고 유 전 본부장의 음독 사실을 처음 언급했다. 해명대로라면 정 부실장은 당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절망적 상태인 정 부실장과 통화하며 수사를 충실히 받으라는 원칙적인 말만 했다는 셈이 된다.

이와 관련, 얼마 전 유 전 본부장이 당시 이 후보의 ‘복심’과 통화했다고 처음 주장한 국민의힘 원희룡 경선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시 유 전 본부장이 정 부실장 외에 이 후보의 최측근 한 사람과 더 통화했다면서 “(통화한 사람들은)유 전 본부장을 달랠 정도의 사람이어야 되고 뭔가 약속을 하면 유 전 본부장 측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요건을 갖추는 사람은 몇 안 된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이 당시 통화에서 자신이 ‘토사구팽’ 당하는 데 대해 항의했고, 이 후보의 측근들이 이를 달랬다는 게 원 후보의 주장이다.

정 부실장의 통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 후보의 국정감사 답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의 음독 사실을 처음 밝힌 이 후보는 출처를 묻는 질문에 “그분이 우리하고 전혀 인연 없는 분이 아닌데 제가 가까이에 있는 사람과 아는 사이 아니겠나”라면서도 “(누구인지는)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정황상 유 전 본부장의 음독 사실은 당시 통화를 한 정 부실장이 알려줬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이 후보가 이를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정 부실장과 유 전 본부장의 통화와 관련, “그날 통화한 것은 나중에 들었다”면서 유 전 본부장의 음독 사실은 “언론인으로부터 간접적으로 들은 이야기”라고 밝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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