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빚 ‘세계 2관왕’ 폭주, 고삐 풀린 집값 언제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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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가계빚이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 속도 역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15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세계 37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이 104.2%로 가장 높았다. 가계부채 비율이 104.2%라 함은 가계가 지고 있는 빚이 나라 전체의 경제 규모를 웃돌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 100%를 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의미심장하게도 IIF 보고서가 지목한 가계부채 상승의 주요 배경은 집값 상승. 고삐 풀린 집값은 언제쯤 잡힐지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GDP 대비 가계부채·증가 속도 모두 1위
집값 못 잡으면 가계부채 연착륙 불가능

이미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억제에 나섰고,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금융 불균형 상황에 대응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가 전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다. 올해 8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연내에 추가로 0.25%포인트를 올릴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5조 8000억 원이나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도 지난해 말 271만 원에서 301만 원으로 30만 원 증가하게 된다. 결국 가계부채가 늘고 이자가 불어나면 가계는 당장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어서 ‘소비 위축’ 문제가 생긴다.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집값 문제만 하더라도 금융 당국의 가계 대출 억제 노력만으론 역부족이다. 지난달 한국경제학회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발 금융위기를 경고하면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서는 집값부터 안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보험연구원 보고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사례를 볼 때 집값 조정 없이 가계부채가 조정된 사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집값이 안정되지 않고서는 가계부채 연착륙이 어렵다는 의미이다. 즉 집값과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 가계나 금융시장에 충격이 커질 수 있다. 집값을 하향 안정화할 수 있는 주택정책과 공조가 필요하다.

전반적인 규제 방향은 맞지만 디테일에 더 강해져야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 내수 부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은 IIF 보고서에도 나와 있지만 정부 부문 부채가 GDP 대비 47.1%로 비교적 양호한 점이다. 1년간 정부 부채 비율 증가 속도도 22위로 중위권이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그나마 여력이 있는 재정을 활용해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데 일조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으로 치명타를 입기 쉬운 저소득층이나 20·30대 청년층에 대한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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