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산학협력 혁신도시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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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파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 공모 칼럼니스트

오늘 18일은 출근이 한 시간 미뤄지고 비행기도 잠시 멈추는 수능일이다. 수능을 마지막으로 치열했던 학생들의 입시 경쟁은 막을 내린다. 학생들의 경쟁은 오늘로 끝이 나지만 대학들의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학생 수보다 입학 정원이 많아지면서 대학들은 미달 사태를 막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지하철과 버스 곳곳에, 신문 지면과 방송에 대학 광고가 넘쳐난다. 미달을 막기 위해서라면 등록금 감면이나 고가의 스마트 기기 제공도 주저하지 않는다. 실로 처절한 생존 경쟁이다.

오늘 전국 대입 수험생의 수능일
대학들의 학생 확보 경쟁도 시작
 
위기 처한 지방대학은 사활 걸려
부산은 산학협력 돌파구 내세워
 
중장기 계획·사업 지속성이 관건
시·대학·기업의 협업 체계도 필수

학생들의 경쟁과 대학들의 경쟁은 일면 비슷하다. 학생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은 좋은 학생을 받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학생들의 경쟁은 전국 모든 학생 간 경쟁이지만 대학들의 경쟁은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대학 간 경쟁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블랙홀은 대학 입시에도 예외 없이 작동하여 전국의 학생들을 빨아들인다. 수도권 대학은 가만히 앉아 정원을 여유 있게 채우지만 지방대학은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모시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부산의 대학들도 다른 지방의 대학과 사정이 다르지 않다. 작년 입시 결과를 살펴보면 단 4곳을 제외한 모든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미달 사태를 겪었다. 올해도 수험생 수가 지난해와 비슷해 미달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계속하여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심화할 것이라는 데 있다. 따라서 지방에 있는 대학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방대학의 위기에 다양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자는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반대로 ‘대학이 너무 많으니 수준 낮은 대학은 망하게 두어야 한다’ ‘거점 국립대를 제외한 다른 대학은 없어도 괜찮다’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지역과 관계없이 대학들을 경쟁하게 하여 불필요한 대학을 없애자고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지방대학은 경쟁력이 떨어지므로 줄이고, 거점 대학이나 카이스트, 포스텍과 같은 일부 지방 소재 대학만 놔둬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과연 이들의 주장대로 대다수 지방대학이 사라져도 괜찮을까?

지방대학은 지역의 중추이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역의 붕괴로 이어진다. 2018년 서남대의 폐교로 전북 남원시의 인구는 2년 만에 2000여 명 넘게 줄었다. 이 지역은 대학 폐교로 젊은 학생들이 떠나고, 교직원은 실직했으며, 상권이 붕괴하여 도시 기능을 상실했다. 이처럼 대학이 없어진다는 것은 도시의 생사와도 연결되어 있어 단순한 경쟁 논리로 폐교를 논의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지방대학의 경쟁력 상실은 정부의 수도권 대학 집중 지원으로 인해 야기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해 산학협력단 보조금 3조 2000억 원 중 70% 이상이 수도권 대학에 집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육성에 관한 법률’에는 지방대와 지역인재의 육성은 국가와 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돼 있다. 지방대학의 생존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인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시는 지역 대학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박형준 부산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산학협력 혁신도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 대학의 인재와 기술이 기업에 연계되고 이로 인해 청년이 정주하며 기업이 들어오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산학협력 개념은 사실 그간 많이 논의돼 이의를 제기할 게 없다. 오히려 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겠다는 약속에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그러나 이 사업이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확보, 사업 콘텐츠 발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 성과 전시를 위해 취업률과 같은 단기적 지표 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근본적 문제 해결보다는 임시직 양산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크다. 또 취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이공계에만 지원이 집중되고 예술, 인문, 사회 계열은 지원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당장 눈앞의 지표에 목메지 말고 대학 경쟁력 향상이라는 거시적 목적 달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선거 결과에 따라 시정이 바뀌더라도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안정적 지원 속에 대학은 내부 혁신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기업은 지역 인재의 중용을 통해 청년들이 부산에 정주하도록 함으로써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을 ‘젊은 바다의 도시 부산’으로 바꿔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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