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의회 ‘협치 파탄’, 부산 시계 거꾸로 돌리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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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이 한문희 전 한국철도공사 경영기획본부장과 김용학 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을 각각 부산교통공사 사장과 부산도시공사 사장으로 18일 임명했다. 두 사람은 부산시의회가 인사검증청문회를 통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던 인물들이다. 시의회의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두 사람의 임명을 강행한 데 대해 부산시가 밝힌 명분은 ‘정실 인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최고의 전문성과 식견을 가진 적임자를 지명했다’는 것이다. 박 시장도 시의회 의견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했으나 임명하지 않을 타당한 사유를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히 마무리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박 시장, 시 산하 공공기관장 임명 강행
시의회, “시정 감시기능 무시” 강경 대응

시의회 인사검증특위는 지난 8일 시에 김용학·한문희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경과보고서를 보냈다. 반대 사유로 두 사람에게 부산과 특별한 연고가 없어 지역 현안에 어둡고 지난 경력에서 도덕적 흠결이 발견됐다는 점을 들었다. 두 사람과 관련한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반노동 정서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박 시장은 시 산하 공공기관장 임명이 시장의 고유 권한임을 내세워 인사를 강행했다. 그러면서 “시와 시의회 간 관점과 지향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협치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의회는 박 시장이 시의회의 감시기능을 무시했다며 오히려 ‘협치 파탄’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하나의 사안을 보는 양측의 시각이 워낙 다른 탓에 앞으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자칫 시정 차질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무엇보다 박 시장 취임 후 7개월여 지속해 온 시와 시의회 간 협치 기조에 심각한 균열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 주 시작하는 내년도 시 예산안 심의가 제대로 진행될지 걱정이다. 시급한 예산안 심의는 뒷전으로 미뤄둔 채 이번 두 기관장 임명에 대한 박 시장과 시의원 간 추궁과 반박 일색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산시설공단, 부산환경공단, 부산관광공사 등 현재 비어 있는 공공기관장 임명도 조속히 처리해야 하는데 이 역시 양측의 갈등으로 기약할 수 없는 형편이다.

박 시장과 시의회는 줄곧 소통과 협치를 강조해 왔다. 올 6월 ‘시정 장기 표류 과제 해결을 위한 여·야·정 협치 로드맵’을 작성해 본격 추진한 사실이 좋은 예다. 비록 ‘야당 시장, 여당 의회’ 체제라지만 부산 현안 해결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그런 협치 약속이 얼마나 됐다고 지금 파탄으로 치닫는 것인가.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과 시의회가 기 싸움을 벌인다는 해석도 있다. 지금이 그런 정쟁을 벌일 때인가. 코로나19 극복,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함께 힘을 모아 역경을 헤쳐 나가도 모자랄 판이다. 시와 시의회의 협치는 한시라도 빨리 복원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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