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화정책, 도시정책 최상위 개념으로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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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분권 실현을 위한 시민토론회

“헌법 전문에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문화를 향유할 권리에 대한 지역의 당연한 요구를 (중앙정부는) 민원 취급하고 있다.” 문화분권 실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부산시가 전문가, 시민과 함께 문화분권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부산시는 부산연구원과 함께 6일 오후 2시 부산시청 12층 국제회의장에서 ‘문화분권 실현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달 1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건희 기증관’(가칭) 후보지를 서울 송현동으로 결정해서 발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문화시설 수도권 집중 갈수록 심화
이건희미술관 등 외면 당한 문화분권
전문가·시민과 함께 정책 대응 고민
“재정·시설·시민 참여 ‘삼두마차’로
지역 예술 생태계 강화 적극 나서야
문화정책도 사업→가치 중심 재설계
지자체가 부가가치 창출 적극 지원을”

문체부는 올 7월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건희 기증관 후보지를 서울 송현동과 용산 부지 등 2곳으로 압축해 부산을 비롯한 지자체의 반발을 불렀다. 문화분권과 균형발전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한 문체부의 행태에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부산 문화예술계와 시민단체는 11월 25일 ‘문화분권·균형발전 실현 부산시민운동본부’를 발족했다.

문화분권 실현을 위한 시민토론회는 문화분권 실현을 위해 정책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화시설의 수도권 집중화에 대한 단순한 반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화분권과 지역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차재근 지역문화진흥원 원장은 ‘문화도시를 통해 본 문화정책의 전환, 지역문화의 지속성 어떻게 준비하나’를 주제로 기조 발제를 했다. 차 원장은 “문화정책이 전통문화 계승발전과 예술진흥에서 문화예술교육, 문화복지를 거쳐 문화권 보장, 소멸지역 대응, 미래문화유산 창조, 지역문화분권의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문화정책의 전환에 따라 일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문화를 합하면 한 나라가 되고, 나아가 인류 전체의 문화가 된다”며 “문화정책을 도시정책의 최상위 개념으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차 원장은 “문화정책을 단위 사업 중심에서 가치 중심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부산시가 경제적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민경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 강화를 위해 문화재정 확충, 문화시설 서비스 개선, 시민 참여를 이야기했다. 조정윤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장은 “국립은 서울시립이 아닌데도 국립문화시설은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며 “국립 문화예술기관의 지역 균형 배치, 수도권에 집중된 국립문화기반시설 이용 시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는 지역민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국비 지원을 통한 지역 대표 문화기반시설 환경 개선 등의 정책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제 발표에 이어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오재환 부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좌장을 맡고, 김부민 부산시의원, 오수연 부산예총 회장, 김원명 경성대 음악학부 교수, 김기환 부산시 문화체육국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오수연 부산예총 회장은 “정부 위주의 정책 생산체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지역이 자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구축하고, 헌법상 실질적 권리를 달성할 수 있도록 행정이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민들이 문화분권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지속적 홍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기환 부산시 문화체육국장은 “이 토론회 자리가 만들어진 계기가 이건희 기증관 문제인데, 이걸 보면 문체부와 정부가 지역의 정서를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중앙정부의 역할,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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