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조건 ‘운수권 재배정’ 후폭풍 예고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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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핵심 노선 내놓을 경우
티웨이항공 등 LCC 약진 예상
자회사 에어부산은 성장에 한계

티웨이항공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형 항공사의 통합에 따른 향후 운수권 및 슬롯 재분배에 앞서 장거리 노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티웨이항공 측은 장거리 기종에 대한 추가 도입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티웨이항공 제공 티웨이항공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형 항공사의 통합에 따른 향후 운수권 및 슬롯 재분배에 앞서 장거리 노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티웨이항공 측은 장거리 기종에 대한 추가 도입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티웨이항공 제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된 ‘운수권 재배정’ 방침이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장거리 노선 운수권을 노리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대형 항공기 도입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항공업계 재편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또 시민단체 등은 운수권 재배정으로도 소비자 이익 침해를 막을 수 없다며 ‘합병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독과점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운수권 재배정은 LCC 업계의 지형을 바꿔놓을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내놓게 되는 장거리 핵심 노선 운수권을 LCC가 차지하면 사실상 또 하나의 대형항공사(FSC)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동남아 단거리 노선에 집중해 있던 국내 LCC들은 호주나 유럽 일부 국가 등 중거리 노선으로의 확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티웨이항공의 경우 3월부터 중형 항공기 A330-300 기종의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A330-300은 최대 항속거리가 1만 186㎞에 달해 시드니, 크로아티아, 하와이 등의 중거리 노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장거리 노선을 재배정할 경우 티웨이항공 등 LCC들은 급격하게 몸집을 키울 수 있다. 실제로 티웨이항공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운수권 및 슬롯 재분배에 앞서 장거리 노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장거리 기종에 대한 추가 도입 검토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런던, 파리, 스페인 등 주요 유럽 노선과 LA, 뉴욕 같은 북미까지 운항이 가능한 중대형기 추가 도입을 검토하며 장거리 노선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티웨이항공은 김포공항발 국제선, 인도네시아, 몽골 노선 등 중단거리 노선 운수권에 대해서도 획득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에어부산, 진에어 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산하 LCC의 경우 통합되더라도 중장거리 노선 진출이 어려워져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합 LCC는 중장거리 노선에서 모회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하나의 회사’로 분류돼 운수권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 때문에 통합 LCC는 통합 FSC에 중장거리 노선을 내주고 동남아나 일본, 중국 등 단거리 노선에만 집중하는 ‘보조적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에어부산의 경우 이미 보유 항공기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기업 결합을 앞두고 앞으로 회사 규모가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상태에서 2년 뒤 통합LCC가 출범하면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한항공이 통합 LCC 본사 입지에 대해 철저히 ‘침묵’을 지키면서 김해공항을 근거지로 하는 ‘지역항공사’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운수권 재배정을 조건으로 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승인에 대해선 시민단체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방안만으로는 단거리 노선의 독과점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데다가 독점에 따른 가격인상 등 소비자 후생 변화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아 반쪽짜리 기업결합에 그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공정위의 이번 조건부 승인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며 한진그룹에 독점이윤을 보장하는 조건부 승인이 아닌 합병 불허 결정을 다시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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