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화재 옆 아파트 안 돼” VS “공원 조성해 제대로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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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구 덕천공원 민간공원사업

부산 북구 덕천공원 민간공원특례사업(이하 민간공원사업)이 문화재 심의에 가로 막혀 1년 이상 답보 상태다. 구포왜성을 보호하기 위해 공원 일대의 지형을 절개해서는 안 된다는 시 문화재위원회 결정에 환경단체까지 나서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 25일 덕천공원 민간공원사업 라운드테이블(민관참여) 회의를 개최해, 비공원시설 용적률을 기존 107%에서 121%로 상향조정하는 안을 논의했다. 용적률 상향은 사업 지연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자 업체가 요구했다.

구포왜성 심의 막혀 1년 이상 답보
사유지 9만 5323㎡ 개발, 74% 공원
문화재 인근 개발 모델로 계속 논란 문화재위 “땅만 파도 유적 훼손”
환경단체 “민간공원으로 녹지 보호”
무산 땐 공원일몰로 난개발 우려

덕천공원 민간공원사업은 북구 덕천동 산93번지 일원 사유지 9만 5323㎡를 민간업체가 사들여 74%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나머지 부지에는 민간업체가 문화재와 공존을 콘셉트로 14층 규모의 주거시설을 건립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의 아파트 단지들이 왕릉을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는 일명 ‘왕능뷰’로 물의를 빚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덕천공원 민간공원 사업은 시 문화재인 구포왜성을 가리지 않는 높이로 주거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구포왜성은 부산시기념물 제6호로 지정된 곳으로 임진왜란 때 왜군이 쌓은 성이다. 대상지 전체(보호구역 3만 7739㎡)가 문화재보존지역이다. 덕천공원 민간공원사업은 2020년 10월 제5차 문화재현상변경 심의 이후 사실상 사업이 멈춘 상태다. 당시 시 문화재위원회는 성곽은 지형을 이용해서 축조되는 유적이어서 지형을 절개하는 것은 유적훼손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다. 산 주변 개발을 문화재 훼손으로 본 것으로, 사실상 민간공원사업이 불가하다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신경철 문화재위원장은 “일본에서도 원형이 많이 훼손된 왜성은 구포를 비롯해 부산 경남 지역에서 잘 보전되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며 “구포왜성 인근 개발은 만리장성 옆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것과 같은 문화재 파괴”라고 말했다.

시행업체는 문화재 심의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이피씨개발 측은 “4차 심의까지는 스카이라인 등을 고려해 건축계획을 변경하라는 내용이었는데, 5차 심의에서 갑자기 인근 도로를 비롯해 지형 자체에 손을 대지 마라는 의견이 나왔다”며 “심의 초반에 제기된 의견이 아니어서 당황스럽다”고 호소했다.

문화재 심의의 반대에 부딪힌 덕천공원의 사업 속도는 다른 민간공원사업지와 비교해 확연히 더디다. 명장공원, 온천공원, 사상공원, 동래사적공원 등 4개 민간공원사업 대상지는 토지감정평가와 용도지역변경 심의까지 완료했지만, 덕천공원은 감정평가도 못한 상태다.

1년 넘게 사업이 지연되자 덕천공원 사업 무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덕천공원 사업이 무산될 경우, 2025년 공원일몰제 적용을 받아 사유지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민간공원 사업은 사유지 난개발로부터 녹지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라며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개발 바람이 곳곳 불고 있는데, 덕천공원 일대에도 일몰제가 적용되면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공원 대신 상가나 주거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화재 인근 개발의 모델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문화재 옆에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논란이 되는데, 덕천공원은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모범이 될 수 있는 사업이 무산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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