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 준다더니”…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 논란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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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9봉 인증 도전에 참여해 신불산을 오르는 등산객들. 울주군 제공 영남알프스 9봉 인증 도전에 참여해 신불산을 오르는 등산객들. 울주군 제공

“영남알프스 사랑에 남녀노소 구분이 있나요? 기념품 준다고 꼬드길 땐 언제고, 이제 와 나이 제한까지 두다니…. 행정이 이렇게 치사해도 됩니까?”

울산에서 대박을 터트린 ‘영남알프스 9봉 완등 인증사업’을 두고 등산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부터 기념품을 ‘은화(사진)’에서 ‘은도금 메달’로 바꾸고 참가자 연령까지 제한하자 벌어진 일이다.


울주군, ‘9봉 완등’기념품 지급

예상보다 완등자 수 늘며 예산 바닥

올해부터 은도금 메달로 바꿔

만 14세 이상으로 참가자도 제한

“치사한 행정” 국민청원 등 반발



울산 울주군은 지난해 은화를 내건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사업’을 시작해 삽시간에 큰 인기를 끌었다. 등산객이 울주군 일대 가지산 등 9개 봉우리를 모두 오르고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 앱으로 인증하면 6만 5000원 상당 31.1g 순은(Ag99.9%) 소재 기념 은화를 주는 사업이었다.

영남알프스의 수려한 경관을 보며 건강도 챙기고, 덤으로 소장 가치가 있는 은화도 받자는 생각에 전국에서 등산객 수만 명이 몰렸다. 유명 연예인을 포함해 사업 첫해에만 6만 5000여 명이 도전, 3만 3477명이 완등 인증에 성공했다. 연간 예산 1조 원대인 ‘부자 기초단체’가 벌인 관광마케팅 사업이 역대급 흥행몰이를 이어간 것이다.

한데 참여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자 되레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19 시기를 고려해 1만 명 방문을 목표로 잡았는데, 예상치를 3배 넘게 웃도는 바람에 기념품 곳간이 텅 비어 버린 것이다. 지난해 완등 인증자 중 2만여 명이 아직 은화를 받지 못해 기념품 지급 지연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군은 일단 같은 값의 은화형 메달을 만들어 올해 5월까지 기존 완등자들에게 지급할 예정이며, 이들의 불만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기념품 지급에만 20억 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자, 올해부터 4만 원짜리 은화형 메달로 슬그머니 바꿔 단가 부담을 일방적으로 줄였다. 이마저도 올해 딱 3만 개로 한정 제작해 선착순으로 지급한다.

또 하루 최대 3봉우리까지 인증할 수 있고, 완등 인증 또한 1년에 1회로 제한했다. 그러자 등산객 사이에선 “(울주군 특산품인) 한우에서 수입산 쇠고기로 바꾼 격”, “행정이 손바닥 뒤집듯 일관성이 없다” 등 조롱 섞인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군이 만 14세 이상 개인만 인증이 가능하도록 하자,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거세게 반발한다. 아이들이 산행을 통해 목표를 세우고 성취감을 맛봤지만, 제도 변경으로 큰 실망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지난해 완등 인증자 중 만 14세 미만은 460여 명에 달했으며, 부모가 2019년생 아기를 데리고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

현재 국민신문고와 울주군 누리집 등에는 “(나이 제한이라는) 소극 행정으로 국민 권익이 침해됐다”, “기존 만 14세 미만 참여자에 대해 구제책을 마련하라” 등 불만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울주군이 아무리 부유하다지만 ‘인기 영합 사업’에 매몰된 탓에 예산 상황을 고려한 명확한 기념품 지급 규정을 만드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적정 가격의 기념품을 만들어 참여자 호응을 봐가며 단가를 유지하거나 올리는 등 면밀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사업 추진 당시 기념 은화를 받기 위해 1박 2일 만에 9봉우리를 모두 완등하는 등산객이 나오는 등 안전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는데, 이 또한 선물 공세에 치중한 울주군의 안일한 행정이 불러온 부작용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울주군 관계자는 “처음에는 ‘산을 즐기자’는 의미로 추진한 사업이 너무 은화를 받는 데만 집중돼 ‘주객전도’라는 지적이 있었고, 예산 문제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 기념품 지급 기준을 변경했다”며 “연령 제한의 경우 안전상 문제도 고려해 한국산악연맹 등에 자문해 결정한 사안으로, 기존 만 14세 미만 참여자에게는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앱’을 통해 인증서를 발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남알프스는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의 접경지에 형성된 가지산(1241m)을 중심으로 운문산(1188m), 재약산(1108m) 등 해발 1000m 이상 9개 봉우리를 일컫는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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