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수산업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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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현 부경대학교 교수

빠르게 변하는 세상 4차 산업혁명. 초격차 시대, 메타버스, 전 세계적인 저성장, 인구절벽, 양극화의 심화, 대체 불가의 기술과 자원, 더는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인 화이트 스페이스, 기술 주권 등 이러한 것들 속에 부산 수산기업은 어느 정도 대응하고 적응하려 하고 있을까. 자기 주도적인 사람이 앞서나갈 수 있고 대체 불가의 기술만이 살아남는 세상에서 부산 수산업은 어느 정도 대응하고 생각하고 있을까?

기업은 그렇다 치고 정부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 기업인의 처지에서 “우리도 현재의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을 틀렸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수산업체들은 수십 년 동안 바다를 기반으로 국가 공유재인 물고기를 잡아 오면서 성장한 기업도 있고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기업도 있지만, 관련 산업에 재투자하여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키웠고 앞으로도 키워갈 기업은 몇이나 될까.

부산 수산업의 구조는 잡는 어업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위판, 수산물을 매개로 하는 유통산업(냉동·냉장 포함)과 일부 수산 식품산업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선망 어선은 80% 이상이 선령이 30년이 넘었고 그것도 일본에서 도입한 중고 노후 어선이다. 어선원들의 연령대도 60대 이상이 70%를 넘고 있다. 근해 수산자원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고 부산 수산업의 구조는 몇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단순 포획에서 위판, 냉동창고에 단순 보관의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를 않고 있다. 일부 새로운 유통기업이 나타나서 제조와 유통을 겸하며 1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이러한 기업은 한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이다. 그중에 어묵 산업은 베이크리 형 제품생산과 고급화 전략 등으로 성장을 거듭해 매출액 1000억 기업이 탄생했고 부산 전체 생산 규모는 3000억 원대에 이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부산 수산업 이대로 괜찮은지에 대하여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근해 기반 어선어업인 대형선망과 대형기선저인망 어업이 쇠퇴한다면 어떤 업종이 이를 대체할 수 있을지, 냉동·냉장 창고업은 지금과 같은 수준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밀키트가 대세인 최근의 시장 트랜드에 부산 수산 기업들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고 또 준비하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전국 최대의 위판장인 공동어시장과 국제수산물 도매시장은 현재의 구조처럼 부산기반 어선들이 위판하는 구조에서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일본 동경의 “도요스 수산시장”은 왜 세계 최고품질의 수산물을 도쿄까지 오게 하는지….

부산 수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단순한 질문이지만 해답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답은 한 가지뿐이다.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에 안주하고 바다가 주는 자연의 생산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환경과 흐름을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따라는 가야 한다. 이제는 단순히 잡고 위판하고 적당한 가격에 판매하는 구조에서 집중 타켓피싱을 통해 꼭 필요한 물고기를 잡고 어획노력량을 줄여 경영효율화를 높여야 한다. 단순한 위판구조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생산과 유통까지 해야 하며 인력 위주의 생산구조에서 기계화를 넘어 자동화 수준까지는 가야 한다. 세계의 식탁에 부산의 수산물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고차 가공식품을 만들어야 한다. 뼈를 제거하고 유통기간을 늘리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완전 가공식품을 만들어 식탁까지 배달해야 한다. 하드웨어는 충분하다.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살펴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낡은 생각을 버리고 전 세계적 산업 흐름에 수산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해야 한다. 건물 짓고 사업관리 하는 체제로 계속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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