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LCC ‘부산 본사’ 물 건너가고, 에어부산 ‘탈부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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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LCC 본사가 부산에 오지 않을 경우 에어부산을 분리하자는 지역 여론이 일고 있다. 에어부산 항공기. 부산일보DB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심의가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지역 항공사 에어부산의 부산 잔류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두 거대 항공사 통합에 이어 진행될 3개 자회사(에어부산·에어서울·진에어)의 통합 LCC(저비용항공사) 본사 역시 별다른 조건이 더해지지 않는 한 수도권으로 옮겨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유지한 지역 항공사가 사라질 위기와 함께 거점 항공사 하나 없는 가덕신공항의 위상 추락마저 우려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초읽기
3개 자회사 LCC 통합도 잰걸음
지방공항 기반 LCC통합사 설립
정부 2020년 발표 후 입장 선회
공정위 바로 조건부 승인 발표 시
LCC 본사 비수도권 명시해야


■대한항공-아시아나 ‘조건부 합병’ 유력

공정위는 9일 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안건을 심의했다. 앞서 공정위 심사관은 두 회사가 일부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 운수권 재배분 등의 조건을 이행하면 결합을 승인하겠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지난해 12월 말 전원회의에 상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심사보고서를 3주간 검토한 뒤 지난달 말 의견서를 작성해 공정위에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이 공정위 제시 조건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 모든 조건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9일 열린 심의에서는 공정위 심사관과 대한항공 측이 결합을 위한 세부 조건과 관련해 각자의 입장을 설명하고, 위원들이 결론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종 결과는 이르면 수일 내 발표될 전망이다. 심의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수는 있지만, 세부적 조건의 일부 조정 외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다만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결론을 확정한다고 해도 두 회사의 결합이 바로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 공정위가 승인하더라도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해외 경쟁 당국에서 불허한다면 두 회사의 결합은 무산될 수 있다.

■통합 LCC 유치? 에어부산도 탈부산 위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진행될 경우 두 회사의 자회사인 3개 LCC 역시 2025년부터 통합 절차를 밟게 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11월 양사 통합을 결정하면서 LCC 통합사를 지방공항 기반으로 설립해 ‘제2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부울경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가덕신공항을 모항(母航)으로 하는 LCC가 탄생할 수 있는 기대감이 조성됐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통합 LCC 본사 위치에 대한 논의는 한 발짝도 진전이 없었다. 오히려 정부는 최근 “민간기업의 본사의 소재지는 정부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기업의 논리대로라면 승객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 본사를 둘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통합 LCC 본사 부산 유치’와 관련된 내용의 포함 없이 이대로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이 결정될 경우 부산은 통합 LCC 본사 유치는 커녕 애써 키워놓은 지역 항공사(에어부산)마저 수도권에 뺐길 위기에 처하게 된다.

통합 LCC 본사 유치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에어부산만이라도 부산에 남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분리 독립해 지역 항공사로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에어부산 독립시켜 부산 남기자” 주장도

실제로 지난달 에어부산의 지역 주주 모임에서 에어부산 분리 독립에 대한 내용이 논의되기도 했다. 현재 부산시와 서원유통, 부산은행, 아이에스동서 등 부산 상공계가 가진 에어부산 지분은 16.8%에 이른다. 구체적 방안은 부산 상공계가 대주주 아시아나(41.2%)가 보유한 에어부산 주식 8306만 주를 사들이는 것이다. 9일 주가(2460원) 기준으로 2000억 원을 상회한다. 그와 별도로 운영자금도 500억 원 정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문제는 에어부산의 부채다. 에어부산의 총 부채 규모는 2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상공계 한 관계자는 “부산시가 KDB산업은행과 담판을 통해 일부 부채탕감만 약속 받아준다면 상공계에서도 지역기업 에어부산을 지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분리 독립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에어부산을 아시아나에서 분리해 지역 상공계가 인수하는 안은 현재 진행 중인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이 무산돼 아시아나 계열사를 분리매각할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라며 “현재로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현수·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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