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어쩌라고”… 부산은행, 점포·ATM 폐쇄 ‘가속 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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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부산은행이 최근 오프라인 영업점과 현금자동인출기(ATM)를 줄이는 데 속도를 내면서, 고령인구 등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계층의 불편이 우려된다. 디지털 금융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특·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부산의 지역은행인만큼 고령 인구에 대한 배려도 더욱 커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BNK부산은행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6년(2016~2021년) 동안 부산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점은 총 269곳에서 224곳으로 45곳이 줄었다. 같은 기간 총 70곳이 폐쇄됐지만, 새로 생긴 영업점은 15곳에 불과하다.

최근 6년간 영업점 70곳 없애
5대 시중 은행 중 2번째 비중
고령자·저소득층 많은 지역 몰려
ATM도 27% 줄여 지역은행 최고
“금융 소외 계층 외면” 비판 자처

같은 기간 영업점 전체의 16.7%가 폐쇄됐으며, 이 같은 수치는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NH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하나은행 외 다른 4개 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경남, 광주, 대구, 전북, 제주 등 지역 은행 중에서 가장 높다.

또 고령인구 등 디지털 소외층이 많이 이용하는 ATM도 같은 기간 전체의 27.6%가 줄었다. 이 역시 4개 시중은행(NH농협 제외)과 비교해 KB국민은행 외 다른 3개 은행보다 큰 폭의 감소세다.

게다가 영업점 폐쇄 기준도 문제다. 가 최근 6년 간 폐쇄된 영업점이 위치한 지역을 대상으로 고령인구(만 65세 이상·2020년 기준) 비중, 지역 총생산(2019년 기준), 월평균 소득(2020년 기준) 등을 분석한 결과, 노인들이 많고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에 위치한 영업점이 주로 폐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볼 때, 부산지역 폐쇄 영업점 51곳 중 33곳(65%)이 위치한 지역의 고령인구 비중이 부산시 평균 고령인구 비중(20.4%)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은 중구와 동구, 서구 등 중·서부산권 지역으로, 이들 지역은 또한 저소득층 비중이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곳이다.

그러나 영업점이 새로 생긴 지역은 강서구, 남구, 동래구, 연제구, 기장군으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령인구 비중과 저소득층 비중이 낮은 지역으로 확인됐다. 강서구는 고소득층 비중이 10.3%로 해운대구에 이어 두 번째이다. 동래구, 연제구, 기장군의 고소득층 비중도 전체 구·군 중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이처럼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영업점이 폐쇄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대 이상의 모바일뱅킹 이용 비율은 13.7%이다. 인터넷뱅킹 이용률 또한 60대 14%, 70대 4.3%로 매우 낮았다. 이처럼 모바일뱅킹에 취약한 고령인구는 그나마 금융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었던 오프라인 영업점의 폐쇄로 은행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부산은행이 오프라인 점포를 공격적으로 줄이면서도 소외 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에는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은행이 2019년부터 운영 중인 ‘시니어 특화 창구’는 전체 영업점의 10% 수준인 19곳에 불과하다. 또 찾아가는 ARS 시스템, 노인 디지털 교육, 어르신 전용 상담센터 등의 대책들도 고령층의 불편에 비해 실제 현장에서 실효성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은행이 고령인구가 많은 부산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다른 은행들처럼 오프라인 점포를 무작정 줄인다면 결국 지역 불만이 높아질 것”이라며 “지역 은행으로서 지역 고령인구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먼저 발굴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은행 관계자는 “은행 마음대로 영업점을 폐쇄하는 게 아니라 금융감독원의 확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또 소외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전략적으로 영업점을 폐쇄하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에 맞춰 지역 고령인구에게 보다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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