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리의 묘념묘상] '묘'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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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미디어부 뉴콘텐츠팀 기자

작년 이맘때쯤, <부산일보> 신문에 등장한 고양이 두 마리를 기억하는 독자분이 계실까요? 지난해 2월부터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틀었던 ‘우주’와 ‘부루’ 말입니다. 5개월간 ‘편집국 고양이’라는 코너를 통해 우주와 부루의 편집국 생활을 전해 드렸는데요. 이후 고양이들의 행방을 궁금해하실 독자분을 위해, 제가 돌아왔습니다.

부루는 지난해 8월부터 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오랜 병원 생활을 끝내고 집에 도착한 날, 부루는 마치 제집인 걸 아는 듯 낯선 기색도 없이 집안 탐색에 나섰습니다. 캣 타워에도 폴짝 올라가 보고 방으로 들어가더니 침대 주인마냥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내 ‘골골’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양이들이 기분이 좋을 때 내는 소리입니다.

부루가 아팠던 거 기억하시나요? 면역체계가 무너져 곳곳에 털이 빠지고, 귀와 코 주변이 염증으로 인해 짓무른 상태였죠. 기쁜 소식을 알려 드릴 차례네요. 부루는 다시 건강해졌습니다. 속도는 더뎠지만, 조금씩 회복해 가더니 이젠 ‘우다다’ 뛰어다니는 발랄한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피부도 깨끗이 나아서 하얀 털이 곱게 부풀어 올라 예전의 미모를 되찾았습니다. 아직 매일 안약은 넣어 줘야 하지만, 그 정도는 이제 일도 아니죠.

우주도 지난해 10월부터 저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겁이 많은 우주는 첫 일주일 동안 식탁 아래 숨어 지내다, 집이 안전한 공간이란 걸 안 뒤로 다시 애교쟁이로 변했습니다. 호시탐탐 집사의 무릎 위를 노리며 쓰다듬어 달라며 얼굴을 비비기도 합니다.

우주가 사람을 좋아하는 터라, 처음엔 가족 수가 많은 집에 입양되길 바랐는데요. 편집국의 많은 분이 우주의 가족이 되고 싶어 했지만, 생명을 들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보니 입양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가족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 법이니까요. 편집국에서 계속 돌보자니, 집사들이 모두 퇴근한 뒤 혼자 남겨진 우주가 자꾸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집에 데려오기로 결정했습니다.

망설여지는 점이 있었다면, 부루가 우주를 잘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스트레스 탓에 다시 아픈 건 아닐지 걱정도 따랐고요.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우주와 부루는 집 안에서 각자의 영역을 차지하면서 따로, 또 같이 묘한 동거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두 마리 모두 입양하게 됐다니, 다들 “그럴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고양이와의 연을 ‘묘연’이라고 하죠. 편집국 고양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순간부터 우리의 연이 이렇게 예견됐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때부터 아이들의 눈빛에 홀렸던 것일지도요. 앞으로도 우주와 부루와 함께하는 ‘묘’한 동거 이야기로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냥'히 계세요.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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