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깨지지 않은 지역구도… 양당 ‘산토끼 사냥’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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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득표율 분석

영호남 지역에서 특정 정당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동서 지역 구도가 20대 대선에서도 여실히 확인됐다. 당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상대 텃밭에서 득표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개표 결과 전통적인 지역 쏠림 표심의 관성은 상당했다. 선거 막판 진영 결집 양상으로 흐르면서 양당 모두 ‘산토끼’ 사냥에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를 보면 윤 당선인은 영남, 이 후보는 호남에서 사실상 싹쓸이 득표를 했다. 윤 당선인은 대구(75.14%)와 경북(72.76%), 경남(58.24%) 등 영남 지역에서 이 후보를 압도했다. 이 후보는 대구 21.60%, 경북 23.80%, 경남 37.38%를 얻었지만 고향 안동이 있는 경북에서도 30%대 득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나마 안동에서 29.13%를 득표한 것이 위안거리다.

윤석열 , 단일화 불구 호남서 저조
이재명, 고향 경북에서도 30% 미달
결과적으로 서울 표심이 승부 갈라

19대 대선에서 같은 당 문재인 당시 후보가 대구 21.76%, 경북 21.73%, 경남 36.73%를 얻은 것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19대 대선은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 등 다자대결로 선거가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영남에서 이 후보의 득표는 오히려 문 대통령의 득표에 미치지 못한 셈이다. 양자 대결로 펼쳐진 18대 대선과 비교해도 이 후보가 영남 표심을 흔들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당선인은 20%가 넘는 득표를 기대한 호남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광주 12.72%, 전남 11.44%, 전북 14.42%를 득표했다. 18대 대선에서 같은 당의 박근혜 당시 후보가 전북(13.22%)과 전남(10.00%)에서 이미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 터라, 윤 후보가 내세울 성적표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거기다 윤 당선인과 단일화한 안철수 후보가 19대 대선 당시 광주와 전남에서 30%대의 득표를 거둔 것을 고려하면 윤 후보의 성적표는 더욱더 초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표심이 동서로 갈리면서 윤 당선인의 승리를 견인한 것은 서울 표심으로 분석된다. 그는 서울에서 이 후보를 4.83%포인트(P) 차로 누르며 전국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윤 당선자의 서울 득표율은 50.56%로 325만 5747표를 얻어, 이 후보(45.73%·294만 4981표)에 31만 표가량 앞섰다. 두 사람의 전국 득표 차는 24만 7077표였다.

무효 투표수가 1, 2위 후보 간의 득표 차(24만 7077표)보다 많은 것도 특징이다. 20대 대선 무효표는 30만 7542표에 달했다. 이는 19대 대선 무효표(13만 5733표), 18대 무효표(12만 6838표)와 비교해도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의 후보직 사퇴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두 후보 모두 투표용지가 인쇄된 이후 사퇴했다. 두 후보의 사퇴 전 진행된 재외국민 투표에서도 무더기 무효표가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사전투표 과정에서 코로나 확진·격리자 투표가 부실하게 진행된 것도 무효표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번 대선의 1·2위 득표 격차는 1997년 15대 대선에서의 1·2위 후보 간 최소 격차 기록을 깼다.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현 민주당) 후보는 40.27%의 득표율로 38.74%를 얻은 이회창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1.53%P 차 신승을 거뒀다. 표차는 39만 557표였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두 번째로 격차가 작았던 대선은 1963년 5대 대선이다. 당시 박정희 민주공화당 후보가 윤보선 민정당 후보를 1.55%P 격차로 눌렀다. 2002년 대선에선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48.91%)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46.58%)가 2.33%P 격차(57만 980표)를 보였다. 그다음으로 격차가 작았던 선거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겨뤘던 2012년이었다. 당시 박 후보가 51.55%, 문 후보가 48.02%의 득표율을 기록, 3.53%P(108만 496표) 격차를 기록했다. 이번 대선에서 이처럼 치열한 초접전 양상이 나타난 것은 보수·진보 진영이 각각 총결집한 결과로 풀이된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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