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특허기술’ CCTV에 전국 50여 지자체 속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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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한 구청 불법주정차 단속 통합관제센터 내부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을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본래의 계약 내용과 다르게 품질이 떨어지는 불법주정차 단속 CCTV가 설치, 운용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6일 부산경찰청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50여 곳과 계약을 맺고 불법주정차 단속 CCTV를 납품한 A업체 대표 B 씨가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B 씨는 불법주정차 CCTV의 핵심 부품을 계약 내용과 달리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바꾼 뒤 납품해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사기)를 받는다. A사는 2019년 1월부터 지자체들에 CCTV를 납품해 110억여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번 촬영 여러 정보 인식 ‘특허’
조달우수제품 지정 A사 CCTV
실제 현장에선 기술 구현 안 돼
부산 6곳 등 전국 지자체 계약
부산경찰청, 사기 혐의로 수사

A사의 CCTV는 4년여 전 특허기술을 인정받아 ‘조달우수제품’으로 지정됐다. 조달물자의 품질 향상과 업체의 판로 개척을 위해 조달청이 우수제품을 선정하는 제도다. 조달청으로부터 인정받은 A사 특허기술의 핵심은 주정차 위반 차량 여러 대를 한 번의 촬영으로 단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전의 일반 불법주정차 단속 CCTV는 주정차된 차량의 차체, 번호판, 배경을 각각 따로 세 번 촬영한다. 이 때문에 차량 여러 대가 몰려 있는 경우 단속 사각지대가 생기고, 카메라의 잦은 구동으로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A사는 이를 보완해 고정 카메라 촬영 한 번으로 차체, 번호판, 배경을 동시에 인식하는 특허기술을 내놓았다.

그러나 부산시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작 현장에서 A사 CCTV의 특허기술은 잘 구현되지 않았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조달청에 설명된 특허기술과 다르게 현장에서 다량의 차량이 동시에 인식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고 이를 이상하게 여겼다”며 “부산지역에 설치된 A사 CCTV를 살펴보니 대부분 특허받은 핵심 기술이 구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달청에 등록할 때만 특허기술을 넣고, 이후 저급 부품으로 만든 CCTV를 지자체에 납품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A사 CCTV를 구매한 부산지역 지자체는 모두 6곳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다수 지자체는 현재까지 큰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 있다. A사 CCTV를 구매한 부산지역 한 구청 관계자는 “조달청에 조달우수제품으로 등록돼 있으니 의심 없이 납품을 받았다”면서 “A사 제품은 한꺼번에 많은 차량이 인식되지 않는 등 특허기술이 사실상 작동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A사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조달우수제품을 허술하게 관리한 조달청은 물론이고 조달청만 믿고 특허기술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지자체들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부산일보> 취재진은 A사 측에 연락처를 남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대표 B 씨의 입장을 듣지 못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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