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고 남편 숨졌다" 신고했더니…"해열제 드세요" 어이없는 회신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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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후 숨진 남편의 사망신고를 질병관리청에 했더니 지역 보건소에서 받은 문자메시지. SBS '뉴스토리' 방송 캡처 백신 접종 후 숨진 남편의 사망신고를 질병관리청에 했더니 지역 보건소에서 받은 문자메시지. SBS '뉴스토리' 방송 캡처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남편이 사망해 정부에 이상반응 신고를 했더니 지역 보건소에서 "해열제를 드시라"는 어이없는 회신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백신으로 뒤바뀐 운명Ⅱ'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 그리고 백신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사연을 집중 조명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백신 2차 접종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집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A 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A 씨의 아내 B 씨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신랑 목 뒤랑 등 쪽이 이미 보라색으로 변해서 누워있었다"며 준비도 없이 남편을 떠나보냈던 그날을 떠올렸다. 다급하게 병원 응급실로 옮겼지만 A 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B 씨는 "내가 아침에 조금이라도 빨리 일어났으면 병원도 빨리 갈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자책했다.

남편을 잃은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B 씨는 정부의 성의없는 대응에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A 씨가 병원이 아닌 집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이상 반응 신고조차 어려웠던 것. 관할 보건소에 전화했더니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고 결국 지인의 조언에 따라 질병관리청 누리집을 통해 남편의 사망 신고를 했다.

그러나 B 씨에게 돌아온 것은 황당한 문자뿐이었다. B 씨가 SBS 취재진에게 보여준 문자는 지역 보건소에서 온 것으로 "접종 후 3일 이내에 접종부위 통증, 관절통 및 근육통, 두통, 38.9도 이하의 발열, 메스꺼움, 피로감 등은 정상적인 면역반응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복용, 휴식 및 수분섭취를 권유드립니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해병대 장교로 제대한 C 씨의 사연도 소개됐다.

젊고 강인했던 C 씨의 인생은 지난해 10월, 화이자 2차 백신 접종 후 송두리째 바뀌었다.

접종 다음 날, 뇌출혈로 쓰러진 C 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다.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현재 C 씨는 부모 도움 없이는 화장실에도 갈 수 없을 만큼 거동이 힘들어졌고, 말도 어눌해지며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워졌다.

그러나 정부는 백신과 뇌출혈의 인과성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백신과 이상 반응의 인과성은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전문위원회에서 평가하는데, 비공개로 진행돼 심사에 누가 참여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리는지 피해자들로선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 판단에 불복할 경우 소송을 통해 피해자가 인과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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