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쏟아붓는데… 특색 없는 관광지 ‘장림포구’ 외면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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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장림포구 전경. 나웅기 기자 wonggy@ 부산 사하구 장림포구 전경. 나웅기 기자 wonggy@

‘부산의 베네치아’ 사하구 장림포구가 10년간 200억 원 가까운 예산 투입에도 열악한 접근성과 특색 없는 관광자원으로 시민에게 외면받고 있다. 사하구청은 장림포구에 추가 예산 투입을 계획하고 있지만, 사업 본격화 전부터 시민들은 ‘차별성이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물양장 신설·선셋 전망대 등

10년 걸쳐 195억 원 투입

교통 불편·테마 부족 지적 속

방문객·인근 상인 냉담 반응

체험형 대책 필요 한목소리


20일 사하구청은 사하구 장림포구가 지난해 12월 '어촌뉴딜300 사업'에 선정돼 장림포구 내 관광 인프라를 추가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촌뉴딜300 사업은 어촌 시설을 현대적으로 탈바꿈하는 정부 사업으로, 장림포구에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물양장 신설, 관광 인프라 개선이 진행된다. 총 70억여 원이 투입되며, 이 중 22억여 원이 장림포구의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장림포구 관광 활성화를 위한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장림포구 개장 이후 2019년 19억여 원을 들여 전체 면적 389㎡ 규모의 2층짜리 ‘선셋 전망대’를 개소한 데 이어, 올 2월에는 8억여 원을 투입해 야간경관 사업과 포토존 조성을 완료했다.

사하구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장림항 활성화를 위해 투입된 예산은 국비 65억 6000만 원, 시비 41억 1000만 원, 구비 17억 5800만 원 등 총 125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이번에 추진되는 어촌뉴딜 300 사업까지 더하면 장림포구에는 10년 동안 195억 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200억 원에 가까운 예산 투입에도 시민들은 장림포구 활성화 방향에 공감하지 못한다. 서울에서 온 여행객 신 모(29) 씨는 “볼거리가 부족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장림포구까지 굳이 찾아갈 필요성을 못 느꼈다”며 “열악한 교통 인프라부터 해결해야 관광객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SNS에도 ‘실제로 가보니 할 일이 없어 사진만 찍고 나왔다’, ‘사진으로 본 부네치아와 많이 달라 아쉬웠다’ 등의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근 상인들은 ‘테마 부족’을 장림포구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장림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오 모(60) 씨는 “포토존 위주 사업이 반복되다 보니 관광객들 발길이 점점 끊기고, 오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며 “청도 프로방스 빛축제처럼 테마있는 사업들이 추진되면 머물 이유가 있는 관광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어촌뉴딜 300 사업도 기존 사업 내용의 연장선에 가깝다. 사업 추진 계획에 따르면, 장림포구에는 기존에 있던 어구창고와 포토존을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유일한 특화사업은 ‘수산물 딜리버리 마켓’으로, 어민이 잡은 수산물을 관광객에 판매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판매를 위한 사업비는 어민이 부담해야 해 얼마나 많은 어민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도 특색 있는 관광 활성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윤태환 교수는 “지금처럼 장림포구가 경관이나 볼거리 위주 사업만 진행하면 오래 가는 관광지가 되기 어렵다”며 “단순 포토존에서 나아가 접근이 쉽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가 돼야 관광객들의 방문 빈도와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사하구청 경제진흥과 관계자는 “장림포구만의 특색있는 사업을 직원들과 고안하는 중이고, 사업의 구체적 내용은 해양수산부 심의 과정에서 바뀔 수도 있다”며 “시민들 의견도 수렴해 ‘부네치아’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특색있는 관광지로 발돋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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