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끔찍이 아꼈던 이은해, 포위망 좁혀오자 父 통해 '자수'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 씨의 검거에는 이 씨의 아버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경찰의 검거망이 좁혀오자 아버지에게 자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낮 12시 25분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모 오피스텔에서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이 씨와 조 씨를 동시에 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탐문수사 끝에 약 3일 전 이 씨와 조 씨가 고양의 한 고층 오피스텔에 은신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러나 2000세대가 넘는 대단지라 정확히 몇 호에 있는 지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 순간 경찰이 떠올린 것은 이 씨의 아버지였다. 이 씨가 자신의 딸을 데리고 있는 아버지와는 대포폰 등으로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이 씨는 평소 딸만큼은 끔찍이 아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씨 아버지에게 딸이 자수하도록 설득해달라고 했다.
이 씨는 공개수배 후 자신들의 얼굴이 공개된 데다 포위망이 좁혀오자 심경변화를 일으켜 16일 오전 아버지를 통해 자신이 있는 곳이 몇 동인지 경찰에게 알렸다.
경찰은 이 씨의 아버지를 통해 이들에게 오피스텔 건물 복도로 스스로 나오도록 설득했다.
오피스텔 건물 복도에는 조 씨 혼자 나왔고, 수사관이 조 씨를 따라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 이 씨도 체포했다.
이들이 은신한 오피스텔은 서울지하철 3호선인 삼송역 인근에 있다. 삼송역 주변은 대형 쇼핑몰과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경찰은 이 씨와 조 씨가 인적이 드물어 비교적 눈에 잘 띄는 도심 외곽이 아닌 도심 한가운데에 오피스텔을 구해 숨어 지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내연남인 조 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A(사망 당시 39세)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A 씨에게 계곡에서 스스로 다이빙을 하게 유도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