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번엔 공금 빼돌려 인터넷 도박… 뒤숭숭한 부산교통공사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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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교통공사 사옥 전경. 부산일보DB 부산교통공사 사옥 전경. 부산일보DB

부산도시철도 역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운수 수입금과 교통카드 충전금 등 현금 14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더욱이 이 직원은 빼돌린 돈을 인터넷 도박 자금으로 쓴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이 직원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직위 해제 조치했지만, 최근 잇따르는 내부 임직원의 비리 의혹에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역사 직원 1400만 원 횡령 자백

승차권 수입금·충전금 등 빼돌려

경찰에 고발하고 직위 해제 조치

고위직 임원은 금품 수수 의혹

노조, 철저한 감사·정보 공유 요구

공사, 비리 의혹 잇따르자 곤혹


22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도시철도 1호선의 한 역사에 근무하는 직원 A 씨가 승차권 발급으로 들어오는 운수 수입금과 교통카드 충전금 등 현금 14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A 씨는 지난 2일 저녁 근무를 하며 역사 수입금이 보관된 금고에서 1400여만 원을 꺼내 자신의 계좌로 송금해 인터넷 도박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교통공사 자체 조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A 씨는 근무 교대 전인 3일 새벽 해당 역의 역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횡령 사실을 털어놓았고, 같은 날 저녁에는 A 씨의 가족이 횡령액 전부를 변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공사는 횡령액에 대한 변제는 이뤄졌지만, A 씨의 행위가 업무상 횡령에 해당되는 만큼 지난 6일 A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또 8일에는 A 씨를 직위 해제 조치했다.

교통공사 내부에서는 역사 수입금에 대한 횡령이 발생할 경우 금방 드러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A 씨가 근무 교대가 이뤄지기 전에 자신의 횡령 사실을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도시철도 1개 역사의 운수 수입금과 교통카드 충전금 등 하루 현금 매출은 보통 수백만 원에서 1000여만 원 수준이다. 역사별로 이를 보관하는 금고가 있고, 금고를 연 시간과 횟수 등이 모두 기록되는 데다, 다음 날 근무 교대 때 하루 동안 모인 현금은 은행에 입금하도록 하고 있어 횡령이 발생할 경우 금방 탄로가 날 수밖에 없다고 내부 직원들은 말한다. 특히 A 씨가 역사 수입금에 손을 댈 만큼 인터넷 도박에 심각하게 중독돼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흘러 나온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향후 수사 진행 상황을 참고해서 징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교통공사는 최근 잇따른 내부 임직원 비리 의혹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부산교통공사의 한 임원이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방식을 통해 금품을 수수한 의혹이 제기(부산일보 4월 22일 자 8면 보도)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데 이어 역사 직원의 횡령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부산지하철노조도 ‘부산지하철 건설 책임자 비리 혐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부산도시철도 건설 공사를 총괄하는 임원의 비리 혐의로 시민들이 가질 실망감과 분노가 두렵다”며 “임원 비리 혐의에 간부급 직원까지 연루돼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지하철 건설은 온갖 비리와 향응의 유혹에 노출되는 만큼, 인사 시스템의 전면적인 혁신과 함께 대대적인 순환 인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사측에 내부 비리 혐의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정보 공유 등을 요구하며 오는 27일 ‘노사공동 청렴정책 협의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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