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 초읽기, 누구를 위한 정국 혼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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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관련 대통령 면담 및 거부권 행사요구 릴레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관련 대통령 면담 및 거부권 행사요구 릴레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청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이 법안은 찬성 172명, 반대 3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여야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여야 간에 고성과 욕설, 삿대질, 육탄전이 난무했다. 대한민국 국회가 왜 ‘동물 국회’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여실히 보여 줬다. 3일에는 검찰의 보완수사를 제한하고 별건수사를 금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극렬히 반대하고 있어 정국 혼란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꼼수와 약속 파기로 정당성 잃어버려

여야 대치로 민생 회복마저 외면 우려


당장 이번 주 시작하는 차기 정부 첫 내각의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충돌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부터 6일까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국무위원 후보자 19명 중 16명의 청문회가 잇달아 열리는데, 각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다는 ‘검수완박’을 둘러싼 설전만 오가며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차기 정부 출범 직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던 제2차 추가경정예산의 처리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추경 처리는 여야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는 ‘강 대 강’ 대치로 추경의 신속 처리를 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국 혼란이 시급한 민생 회복 조치를 밀어내는 꼴이다.

‘검수완박’ 법안은 그 내용에도 갖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처리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에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 민주당의 국회 법사위 사보임과 소속 의원의 고의 탈당은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막기 위한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켰다.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절대 다수 국회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의회 민주주의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장이 중재한 개정안에 대해 민주당과 합의했다가 뒤늦게 이를 파기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고서도 국민에게 자신들이 옳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으니 후안무치에 다름 아니다.

따지고 보면 ‘검수완박’ 법안은 순조롭게 통과된다고 해도 검찰 수사권의 일부 또는 전부가 경찰 등으로 넘어가는 변화를 가져올 뿐이다. 일반 국민으로선 대부분 그 변화가 그다지 절박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사생결단으로 충돌하고 있으니 의아할 따름이다. 수사권과 관련해 지금 여야 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부패나 경제, 선거 관련 범죄다. 그 대상은 정치인, 재벌, 고위공직자 등 이른바 권력형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기득권층이다.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수완박’으로 인한 정국 혼란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고 있는데, 그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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