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해외 입국 PCR 검사 폐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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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부 선임기자

지난달 중순 괌을 다녀왔다. 코로나19가 악화된 이후 25개월 만에 진에어가 부산에서 괌으로 가는 하늘 길을 연 덕분이었다. 에메랄드 빛 바다를 만끽하며 괌의 3박4일은 즐거웠고 행복했다.

푸근했던 기분이 어그러진 것은 돌아오기 하루 전날부터였다. 한국으로 입국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입국 하루 전에 PCR 검사를 받아야 했다. 괌에서만 그런 게 아니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한국에 가려면 다 거쳐야 하는 절차였다. PCR 검사는 현지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었다. 한국에 돌아온 다음날에는 반드시 보건소에 들러 다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외국에서 PCR 검사를 받는 비용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개 10만~30만 원이다. 그나마 괌의 경우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PCR 검사비를 모두 지원해준다. 이런 우대 조치를 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모두 개인 부담이다. 4인 가족이 해외여행을 다녀오려면 현지 PCR검사비만 40만~120만 원을 내야 한다. 우리나라 관광객 10만 명이 외국 여행을 간다고 가정할 경우 외국 의료기관에 지불해야 할 PCR 검사비만 100억~300억 원에 해당한다. 양성 판정을 받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최대 10일간 현지에서 자기 부담으로 격리를 해야 한다. 만약 가족이 여행을 갔다가 어린 아이가 양성 판정을 받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를 제2급 전염병으로 조정하기로 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사실상 완전 해제했다. 코로나19에 걸렸을 경우 꼭 지켜야 하던 7일간의 격리의무와 의료기관의 환자 즉시 신고 의무도 없어진다. 이 조치 덕분에 국내에서는 개별은 물론 단체 여행이 활기를 띤다. 운동경기장에서는 수만 관중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벌인다. 영화관의 문도 활짝 열려 관객이 밀려든다. 이런 곳에 다녀왔다고 해서 PCR 검사를 두 번씩이나 받으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유독 외국에서 입국한 사람에게만 엄격한 방역 기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일까. 국내 단체 여행, 대규모 운동경기 관람, 밀폐된 영화관 이용과 외국 여행을 비교할 경우 어느 것이 더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성이 높을까.

올 여름부터 해외여행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기대하던 여행업계는 두 차례의 PCR 검사 조치 유지에 불만을 터뜨린다. 하반기부터는 항공기 운항 편수가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하지만 PCR 검사 부담 탓에 선뜻 해외여행에 나서려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여행업계에서는 입국자 PCR 검사 의무화 조치를 해제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가 어떤 방침을 갖고 있는지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 서두르지 않아도 될 일은 허급지급하면서 서둘러야 할 일은 왜 미적거리고 있는 것일까.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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