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기 5년 마치고 양산 사저 돌아오는 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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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탄핵정국 끝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9일 자로 5년의 임기를 마감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 효창공원 독립유공자 묘역을 참배한 후 오후 6시 청와대 정문을 걸어 나와 퇴근한다. 이후 서울시내 모처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 날인 10일 윤석열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으로 떠난다. 양산으로의 이동은 KTX를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일 오후 3시께 양산 평산마을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임기를 보낸 대통령인 만큼 퇴임의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 퇴근길에 국민을 향해 짧게 소회를 밝힌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퇴임 직전까지 40%대 지지율 유지
국민과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 기대

청와대는 지난 6일 발간한 국정 백서를 통해 부동산 시장 제도 정비, 검찰 직접 수사 축소 등 검찰 개혁,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 등에서 최선을 다했고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그런 평가를 어느 정도 수긍한다고 해도 거기에 후한 점수까지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촛불정부’를 자처하면서 적폐 청산과 사회 통합을 외쳤지만 눈에 띄게 매듭지은 게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동산값 폭등, 진영 간 갈등 첨예화, 코로나 사태 등이 겹치면서 민생은 더욱 혼란에 빠져들었는데도 문 정부는 이를 해소하는 데 무기력했다. 이른바 ‘촛불’의 열망에 화답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국민의 실망이 문 대통령 개인에까지 닿지는 않는 듯하다. 임기 마지막까지 40%의 지지율을 기록한 걸 보면 그렇다. 퇴임하면서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대통령은 직선제 이후에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문 대통령의 퇴임을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할 필요가 거기에 있다. 퇴임 후 거처를 서울이 아닌 양산으로 정한 점도 호평을 받을 만하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직후 지방으로 간 이전 사례는 2008년 김해 봉하마을로 낙향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노 전 대통령은 서울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 대신 고향에서 국민과 어우러지는 참신함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잊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자연으로 돌아가 세상사와는 떨어져 유유자적하는 삶을 보내고 싶다는 의미일 테다. 사저가 있는 양산 평산마을은 주위에 높은 산이 많고 통도사라는 천년고찰도 있다. 더구나 양산은 문 대통령이 취임 전 8년간 살았고 부모의 묘소도 있는 곳이다. 문 대통령이 원하는 ‘잊혀진 삶’에 적당해 보인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삶을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유롭게 살겠다는 그 뜻은 존중하나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마저 거부하지는 않길 바란다. 현실 정치에는 거리를 두더라도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지역에 기여하는 길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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