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택시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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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일상의 많은 부분이 예전 모습을 되찾고 있다. 지인들과의 모임, 영화관 내 팝콘 먹기, 해외여행 문의 증가 등 소소한 일부터 야외의 대형 행사 개최까지 코로나 이전으로의 복귀가 갈수록 뚜렷하다. 음식점이나 주점 등에 대한 영업 제한도 풀려 심야 활동의 빗장도 없어졌다.

그런데 최근 거리 두기 완화로 심야 활동이 재개되면서 밤마다 새로운 혼란상이 펼쳐지고 있다. 바로 심야 택시 잡기 대란이다. 이미 서울에서는 사회 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모양이다. 일반 택시 비용의 4배에 달한다는 프리미엄 택시 호출도 불가능해 아예 걸어서 귀가하거나, 아니면 귀가를 포기하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심야에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것은 비단 서울만의 일이 아니다. 부산에도 심야에 택시를 잡지 못해 곤욕을 치렀다는 호소가 적지 않다. 며칠 전 영업 제한 해제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밤이 이슥하도록 지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A씨. 자리를 파한 뒤 귀가하기 위해 40분이 넘도록 길을 넘나들며 택시를 기다렸으나 끝내 낭패당하고 말았다. 속으로 부아까지 치밀어 피곤함도 무릅쓰고 집까지 무려 4시간이나 걸어서 갔다는 후문이다. 서면의 한 음식점 주인은 자정께 영업을 마치고 몇 번이나 택시를 잡으려다 허탕 친 이후 아예 가족이 자동차로 데리러 온다고 털어놨다.

모두 택시를 운전할 기사들이 태부족해 빚어진 현상이라고 한다. 코로나 방역으로 수년간 심야 활동이 제한되면서 택시 수요가 급감했고, 주로 법인택시 기사들이 배달 등 다른 업종으로 대거 이직했다. 일상 회복이 시작됐지만, 수입에 불안을 느낀 기사들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택시 회사에는 운행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택시가 수두룩한 실정이다.

여전히 남아 있는 사납금 제도를 비롯해 요금 문제부터 열악한 근무 환경 등 택시 운행 증대를 위한 대책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 택시 대란이 해소될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모두 단시일 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탓이다.

시민들이 한밤중에 걸어서 귀가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시간을 조정하는 수밖에 없다. 아쉽더라도 대중교통 운행 시간에 맞추는 것이 그나마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아직 코로나가 엄연한 현실임을 고려하면 이 또한 조물주의 뜻이라고 여기는 게 맘 편할 듯싶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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