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지킨 한국 영화의 별, 하늘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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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월드스타’ 강수연 영면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세계적 영화제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헌신한 '원조 월드스타' 영화배우 강수연이 7일 별세했다. 향년 55세.

고인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사흘째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2층 17호에 차려졌다.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는 고인의 장례식의 장례위원장은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맡았다. 동료 영화인 강우석 강제규 봉준호 설경구 등 49명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했다. 영결식은 11일 오전 1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5일 뇌출혈로 병원 이송 7일 별세
장례위 꾸려 영화인장 11일 영결식
시민들 탄식에 영화계·정치권 애도
4세 아역 데뷔 80년대 충무로 장악
베니스·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
BIFF 출범부터 참여 2015년 위원장
올해 개봉 복귀작 ‘정이’ 결국 유작

현재 유족과 영화계 관계자들이 빈소를 지키는 가운데, 고인을 추모하는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고인이 평소 아버지처럼 따랐던 김동호 전 이사장과 영화 '씨받이' '아제 아제 바라아제'의 임권택 감독도 빈소를 찾았다.

봉준호 감독과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배우 문소리 예지원 박정자 등 영화계 인사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봉 감독은 "몇 달 전에도 만나 뵀는데 실감이 안난다"며 "종종 뵙고 이야기를 길게 나누곤 했다. 빈소의 영정사진도 영화촬영 소품같이 느껴질 정도로 실감이 안 난다"며 애통해했다.

정치권 인사들도 애도를 표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김부겸 국무총리 등이 조화를 보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빈소를 찾아 "강수연 씨의 존재감이 너무 컸기에 (사망 소식이)너무 충격적이었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 영화사에 크게 역할을 하실 분인데 너무 일찍 가셔서 안타깝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 나이 네 살 때 아역으로 데뷔해 평생을 배우로 살았다. 아역 시절 '똘똘이의 모험'(1971) 등에 출연했고, KBS 청소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1983) 등에 출연하며 하이틴 스타로 성장했다.

고인은 스물한 살 때인 1987년에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아시아 최초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세계 3대 영화제인 칸·베를린·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공식 수상한 최초 기록이다. 2년 뒤인 1989년엔 임 감독의 '아제 아제 바라아제'에서 비구니 역을 맡아 당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고인은 영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 등을 선보이며 80년대 충무로를 장악했다. 1990년대에도 영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 '그대 안의 블루'(1993)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등 수많은 흥행작을 냈다. 2001년에는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정난정 역을 맡으면서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이 드라마로 그해 SBS 연기대상을 받았다.

고인은 단편 '주리'(2013)를 마지막으로 연기 일선에서 한동안 물러났다. 그는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초기부터 심사위원·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하다가 2015년 집행위원장을 맡는 등 BIFF의 글로벌 도약을 위해 헌신했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소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사태로 영화제가 좌초 위기에 처한 뒤 수년 동안 계속된 갈등과 파행의 책임을 지고 2017년 사퇴했다.

고인은 지난해 연상호 감독의 신작 '정이'(가제)에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9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유고작이 된 이 작품에서 강수연은 기후변화로 지구에 살 수 없게 된 22세기 인류의 내전을 해결할 뇌 복제 로봇을 책임지는 연구소 팀장 역을 맡았다. '정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올해 공개될 예정으로 촬영을 마치고 현재 후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수연은 복귀작의 시청자 반응을 끝내 지켜보지 못하게 됐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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