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교육감 선거, 벌써부터 혼탁·과열 치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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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하윤수 부산 교육감 후보. 부산일보DB 김석준·하윤수 부산 교육감 후보. 부산일보DB

부산 교육감 선거가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기도 전에 혼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번 6·1 부산 교육감 선거는 3선에 도선하는 김석준 현 교육감과 하윤수 전 부산교대 총장의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 민선 사상 첫 보수와 진보 성향 후보의 맞대결로 시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부산 교육의 미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부산 교육감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부산의 교육 현실을 타개할 제대로 된 정책 대결을 기대하고 있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상호 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는 선거 양상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김석준·하윤수 진보·보수 첫 맞대결

TV토론 정책대결 뒷전 상호 고발전


김석준 캠프 측은 10일 하윤수 예비후보와 함진홍 선대위원장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하 후보 측이 지난 2일 김 교육감의 출마 선언 관련 기사가 부산시교육청 내부 업무망에 올라온 것을 놓고 ‘불법 선거 개입’을 주장하며 김 후보를 부산시선관위에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김 후보 측은 또 온라인 기사로 김 후보의 건강이상설을 제기한 모 인터넷언론사 대표도 경찰에 고발했다. 지역케이블방송 3사 토론회는 진행 절차상의 문제로 촬영 10분 만에 중단됐고 부산MBC 주관 토론회는 일정 조율 문제로 무산됐다. 토론의 장은 멀리하고 상호 비방전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지방선거와 동시에 주민 직선으로 선거가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는 최적의 제도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초기 주목도가 낮았고 후보들의 난립으로 번호 추첨만 잘하면 당선되는 ‘로또 선거’라는 비아냥까지 받아야 했다. 2014년 선거부터는 줄투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투표 용지에 정당·기호 없이 후보자 순서를 번갈아 가면서 매기는 ‘교호순번제’가 적용됐다. 교호순번제가 적용된 두 번의 선거에서는 보수 후보 단일화 실패로 진보 진영 후보가 연달아 당선됐다는 분석이 있었다.

교육감 선거는 백년대계를 책임질 교육 수장을 뽑는 선거다.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교육감 선거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살아온 이력이나 성향이 다른 두 후보의 맞대결로 치열한 정책 경쟁을 기대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다. 김 후보는 지난 8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를 주도하는 부산 교육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반면 하 후보는 김 교육감이 재임 시절 획일적 하향 평준화 교육으로 부산 아이들의 학력과 지역의 미래 경쟁력을 저하시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두 후보는 이같이 서로 다른 교육적 지향을 놓고 치열하게 정책 대결을 벌여야 한다. 교육감 선거는 선거 과정도 교육적이어야 한다. 상호 비방이 난무하는 비교육적인 선거 과정에서 아이들이 무얼 배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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