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영화산업에 흑기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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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는 영화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

지난 20일 오후 4시 영화의전당 소극장에서는 ‘메타버스가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메타버스가 영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재)영화의전당이 마련했다.

영화의전당서 전망 놓고 격론
“블록체인 기술로 펀딩 활성화”
“기존 인터넷의 다른 버전일 뿐”

이날 발제를 맡은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STO(증권형 토큰 공개)를 통해 영화 펀딩을 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영화산업은 디지털 산업과 마찬가지로 초기 투자가 막대하게 필요한 산업이다”며 “영화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 모델로 디지털 자산거래소를 통해 증권형 토큰으로 자본을 조달하는 방안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는 “모든 사람에게 영화 시나리오를 공개하면서 펀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하면 아이디어에 대한 고유성을 지킬 수 있다”며 “시나리오를 가진 젊은 제작자와 펀딩을 하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고, 영화의 창의성을 높이는 거래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새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주 건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영화의전당이 추진 중인 메타버스 사업과 관련해 “영화의전당은 수익을 내기 위한 일반 기업과는 다르고, IT 인력이 집중된 조직도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메타버스 플랫폼이 가입자는 많은데 실제 사용하는 사람 적은 이유가 콘텐츠 부족이다”며 “영화의전당이 ‘제페토’ 같은 기존 플랫폼 안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향이나 기존 플랫폼 안에 서브 플랫폼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정찬철 부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영화 투자금이 공공적으로 재분배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기존 영화산업을 이끌어온 메이저 투자사들은 그동안 폐쇄적 구조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챙겨갔다”며 “과연 블록체인을 활용한 기술의 현실화에 대규모 투자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메타버스가 기존 인터넷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메타버스의 경우 상업적 가치만 부각될 뿐 구체적 구현 방법은 제시되지 않고 있고, 상호소통 가능성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상욱 동의대 미디어광고학부 교수는 “STO 방식의 영화 투자는 기존 크라우드 펀딩에 비해 투자 확대 가능성, 거래 용이성이 있지만 법적 한계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형식만 바꾼 크라우드 펀딩이나 소규모 투자자 울리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사진=이자영 기자 2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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