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이번에 정든 종이와 결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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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희 디지털미디어부장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시대가 만연하더니, 이번엔 포털 뉴스 서비스의 전면 개편을 가늠하게 됐다.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나 불과 얼마 전까지 여권이었던 민주당도 크게 보면 하나 같이 ‘포털 뉴스 정책의 전면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말 포털의 기사 추천·편집 ·배열을 제한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사는 검색할 때만 보일 수 있게 하고, 위치 정보에 따라 지역 언론을 우선 노출하며, 포털에 언론사의 입점을 제한하지 말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그리고 기사의 ‘아웃링크’를 의무화했다.

디지털 공간 정세에 변화 조짐
주변 환경 절대 녹록지 않지만
200만 온라인 구독자 달성 쾌거
종이 없는 편집국 과감히 실현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열어가며
지역언론 맏형의 책무 다할 것

‘아웃링크’는 기사를 보려고 눌렀을 때 기사의 원래 주소지(개별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포털은 관문이니 대문(열쇠)만 보여주고, 기사를 보고 싶은 이에게 아웃링크를 통해 그 기사를 쓴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들어가게 한다는 것이다. 아웃링크 의무화는 보는 관점에 따라 매우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은 ‘검증되지 않은 군소언론의 난립’과 ‘자본 부족으로 자사 홈페이지가 취약할 경우 아웃링크의 의무화는 언론사 빈익빈 부익부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비판한다. 물론 그 행간엔 (포털에 뉴스 제공사로 입점한 독점적 지위를 통해) 뉴스를 제공(판매)하고 얻는 기본 수익을 배제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의 포털 뉴스 정책도 기본적으로 포털의 뉴스 편집에 관한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 윤 정부가 인수위 시절인 5월 초 발표한 ‘포털 뉴스 서비스의 신뢰성과 투명성 제고 방안’을 살펴보면 주요 정책으로 포털 뉴스의 알고리즘을 공개할 것을 제시한 것. 또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제휴 전담 기구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회원 자격을 법으로 규정하고 회의 내용을 공개할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물론 아웃링크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조건도 있다. 아웃링크 도입 후에도 문제(포털 뉴스 알고리즘)가 계속되면 포털의 뉴스 편집권 폐지도 검토한다고 예고했다.

정치권이 포털의 뉴스 편집이나 알고리즘의 속살을 보고자 하는 이유를 짐작하면, 어떨 때는 자기 당에 유리하고 어떤 때는 불리하다고 느끼는 기사가 제공되는 메커니즘일 것이다. 포털 사이트는 그럴 때마다 늘 ‘AI가 편집한다’라고 한걸음 물러섰지만, ‘도대체 왜?’라는 궁금증은 이해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알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언론사 역시 각각의 처지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그렇기에 급변하는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 포털 뉴스 정책만 바라보고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다. 오직 독자(구독자)만 바라보고 언론의 정도를 뚜벅뚜벅 걸어야 한다.

는 최근 작은 경사를 맞았다. 지역 언론 최초 네이버 200만 구독자를 달성한 것이다. 비판적 지성과 감성으로 24시간 좋은 기사를 발굴하고 있는 전체 구성원들의 영광이자, 부울경 지역민, 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함께 기뻐할 일이다.

지역신문의 맏형이자, 지역신문으로서 종이신문의 온라인 전환 선구자임을 자처하는 의 이런 쾌거는 영광과 동시에 부담이다. 엄중한 온라인 뉴스 현장에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하나의 이정표가 되는 일이기에 더욱 겸허한 자세여야 한다. 사실 구성원들은 매일 전국 언론사와 경쟁하며 좋은 기사 만들기에 매진한다. 기사 출고와 동시에 전 국민, 전 세계인이 우리 기사를 볼 수 있기에 일분 일초도 허투루 보내면 안 된다. 2019년 지역 언론 최초로 포털의 모바일 뉴스 제공자로 당당히 입점한 이래 편집국은 2020년 디지털 퍼스트, 2021년 콘텐츠 퍼스트에 이어 2022년 디지털 온리를 추구하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뉴스의 산실 편집국은 지금 또 하나의 도전을 하고 있다. 부서장 전원에게 태블릿 PC를 지급하며 디지털 온리의 과제 중 하나인 ‘종이 없는 편집국’을 실현한 것이다. 신문사 편집국에서 종이를 없애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과거 신문사는 기사를 종이에 쓰고, 종이로 출력해 밑줄을 그으며 분석하고 교열을 봤다. 제작 과정이 디지털 기기로 전산화된 이후에도 여전히 복사 용지 등 종이를 대량 소비해 왔다. 거창하게 종이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탄소 배출과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되는 환경적 이익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70년 이상 종이 원고, 복사지와 동고동락하던 편집국이 종이를 버린 것은 획기적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성원들의 강한 의지 없이는 애초 불가능한 목표. 그러나 강력한 실험을 통해 는 디지털 시대의 파고를 헤쳐 나가고 있다. 지역 언론 맏형의 책무를 다하며 더욱 좋은 기사로 독자와 만날 것이다. 관심과 비판, 격려 바란다.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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