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동맹 전방위 확대, 동북아 안정에 기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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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 수준이 기존의 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기술과 글로벌 공급망, 원전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 강화로 격상됐다. 한·미 양국 정상은 21일 서울 용산 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두 정상은 “공동의 희생에 기반하고 깊은 안보 관계로 연마된 한·미 동맹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확대되고 있다”며 “민주주의, 경제,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인 양국의 중추적 역할을 반영해 한반도를 훨씬 넘어 성장해 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회담은 군사·안보에 머물렀던 한·미 동맹의 외연을 경제·가치 동맹으로 확장해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까지 넓히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안보 협력 강화, 경제·기술 동맹으로
미·중 균형 잡힌 외교 새 정부에 기대

양국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 등 잇단 무력 도발에 맞서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기로 한 합의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그동안 약화됐던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되고 2018년 이후 유명무실했던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도 이른 시일 안에 재가동될 전망이다. 대북 문제에 있어 지금의 두 나라 정부 사이에 별 이견이 없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나아가 산업 분야의 협력이 반도체, 배터리, 원자력, 우주개발 등 경제안보 성격으로 격상된 점도 주목된다. 경제질서 구축을 위한 협력 강화에도 뜻이 모아졌는데, 한국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기로 한 대목이 가장 눈에 띈다.

한국의 IPEF 참여는 그러나 대단히 부담스러운 선택이라는 지적이 많다. IPEF는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 확충을 꾀하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고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전략과 관련돼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중국의 반발 우려에 대해 “제로섬으로 볼 필요가 없다. 중국과도 우리가 경제 관계를 잘해 가면 된다”고 밝혔지만 이는 말로써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벌써부터 ‘중국 견제 협의체’라며 IPEF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제2의 사드 사태를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여기에다 미국의 전략 자산 전개와 한·미 연합훈련 확대 등의 상황이 자국의 이른바 ‘핵심 이익’을 건드린다고 중국이 판단하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우리가 미국의 요구에 더 깊이 발을 들여놓거나, 인도·태평양 지역을 둘러싼 헤게모니 다툼의 빌미가 되는 선택을 하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못하다. 한·미 동맹 강화가 시대의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역행하는 방향이어서는 곤란하다. 미·중 사이에서 최대한 국익을 지키는 균형 잡힌 외교 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한·중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유지할 새로운 전략 과제가 새 정부에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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