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서 놀던 ‘동래야류’, 무용으로 실내 무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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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야류’가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의 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국가무형문화재인 동래야류 전체 과장이 무용으로 무대에서 구현되는 것은 처음이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은 제15회 정기공연 ‘야류별곡-달의 시간으로 사는 마을’을 3일과 4일 양일간 공연한다. ‘야류별곡’은 영남 지역에서 전해오는 동래야류 5과장(길놀이-문둥이과장-양반과장-영노과장-영감·할미과장) 모두를 무용극으로 선보인다. 각 과장의 전통적 틀은 유지하면서, 동래야류의 춤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창작 무대이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
3~4일 ‘야류별곡’ 정기 공연
전체 과장 무용 구현 첫 사례
‘갈등 해소’ 현대적 해석 눈길

정신혜 무용단 예술감독은 “가면극을 동남(낙동강 동쪽) 지역에서 야류로 부른다”며 “야류(가면극)는 일반적으로 극적인 요소가 강해 무용화한다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동래야류는 수많은 가면극 중 춤이 핵심이 된다는 점에서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과장 안에 문둥이춤·말뚝이춤·할미춤과 같이 뒤에 ‘춤’이라고 글자로 명시되어 있고, 춤의 속성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래야류의 무용화에 도전했다는 설명이다.

정 예술감독은 “양반과장에 나오는 춤사위들이 따로 분리되어서 다듬어진 것이 동래한량무가 되는 등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지역 춤을 역추적해 보면 동래야류가 가장 큰 뿌리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반적으로 관객이 보던 춤이 쌀을 수확해서 깎고 깎은 백미 상태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번 ‘야류별곡’에서는 정제 이전, 가장 날 것에 가까운 춤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가면극을 무용화한 무대는 기존 공연과 다르다. 정제되지 않은 호흡을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하고, 극적 요소로 인해 동작이 끊어지는 부분도 자주 등장한다. 정 예술감독은 “우리 무용단은 영남춤, 덧배기춤에 특화되어 있어 거친 맛을 내는 테크닉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야외에서 공연하던 동래야류의 무대화는 ‘관객과 직접 소통’이라는 장점이 사라진다. 대신 무용단은 ‘흩어진 마당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 정 예술감독은 “무대에서 줌인·줌아웃을 하면서 평소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작품의 내면에 깔린 주제 의식을 더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 무대화의 장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니멀한 무대를 연출해 춤이 더 돋보이도록 했다”고 전했다.

무용단은 각 과장에 등장하는 전통 캐릭터에 현대적 해석을 더 했다. 큰 문둥이와 작은 문둥이는 부부 문둥이와 애기 문둥이로 바꿨다. 애기 문둥이 표현에는 인형극의 요소를 도입했다. 1인이던 영노(괴물)는 다섯 영노로 바꿔 다섯 양반과 대무를 펼친다. 전통적 영감·할미과장의 처첩 갈등은 전통과 현대, 개인과 집단의 대립으로 설정해 이야기가 더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했다.

공연은 7개 과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달의 시간으로 사는 마을’로 문을 연다. 1장 문둥과장, 2장 양반과장, 3장 영노과장, 4장 할미과장, 5장 동살맞이에 이어 에필로그 ‘해의 시간’으로 막을 내린다. 에필로그는 안무를 짜지 않고 무용수들이 공연에 참여하며 오른 흥을 발산하는 무대로 구성될 예정이다.

정 예술감독은 동래야류의 매력은 말미에 등장하는 ‘갈등의 해소’에 있다고 했다. “동래야류는 정월대보름 밤에 하는 가면극으로 마지막 춤판은 새벽에 벌어집니다. 멀리서 희부옇게 하늘이 밝아져 올 때 모든 마을 사람이 모여서 춤을 춥니다. 그때 곱추춤, 두꺼비춤, 요동춤 등이 등장하는데 우리 무용수들이 사라진 동래야류의 춤을 재현해보기로 했습니다.”

‘야류별곡’ 무대에는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과 기악단 단원 50여 명이 출연한다. 음악감독은 유경조 기악·성악단 예술감독이 담당하고 대본은 천정환, 작곡은 김백찬이 맡았다. 동래야류 특별지도에는 백정강, 손심심, 이미경, 김수근이 참여했다. 공연은 3일 오후 7시 30분, 4일 오후 3시에 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에서 열린다. 051-811-0114.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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