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단시간 노동자’ 10만 5000명… 역대 최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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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주 15시간에도 못 미치게 일하는 사람, 이른바 ‘초단시간 노동자’가 10만 명을 넘어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은 물론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등이 제외되는 등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부산노동권익센터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인용, “초단시간 노동자가 전국 150만 명, 부산에서는 1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부산의 경우 특히 초단시간 노동자의 증가 폭이 두드러진다. 2000년만 하더라도 초단시간 노동자 수는 2만 8000명이었지만, 지난해 10만 5000명으로 무려 4배 가까이 폭증했다.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 수치
21년 전에 비해 4배나 폭증
사용자 일자리 쪼개기가 원인
유급휴일·퇴직급여 등 미보장
‘노동권 사각지대’ 문제 심각

이처럼 초단시간 노동자가 증가한 것은 사업주가 비용 절감을 위해 일자리를 쪼개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공공영역 모두 공통된 현상이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촉발한 경기침체 또한 초단시간 노동자 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초단시간 노동은 노동자가 원하기보다는 사용자의 요구로 강요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근로환경조사’에 따르면 임시직노동자 70.7%가 부업을 하게 된 이유로 “주업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어서”라고 답변했다. 주 18시간 이하 일하는 노동자 43.8%가 “노동시간이 현재보다 더 많으면 좋겠음”이라고 답했다.

초단시간 고용은 서비스산업,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청년, 고령노동자에서 더 많다. 부산을 비롯해 전국적으로도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초단시간 노동자가 76만 3000명으로 절반에 이른다. 이어 15∼29세 청년층 초단기 노동자가 35만2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여기에다 일시휴직자를 포함하면 지난달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노동자는 무려 200만 명에 육박했다. 일시휴직자는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되지만, 일시적인 병이나 휴가, 일기 불순, 노동 쟁의, 사업 부진, 조업 중단 등의 이유로 일을 쉬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근로기준법 등에 따르면 1주일 소정근로시간(4주간 평균)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유급휴일과 유급휴가가 보장되지 않으며, 퇴직급여도 지급되지 않는다. 4대 보험 중 산재보험을 제외하고 국민연금, 고용보험,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도 2017년 초단시간 노동자에게 주휴·연차수당 지급, 퇴직금(급여), 고용보험 적용 등 관련 제도 개선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해외에서는 노동자에게 최소생활이 가능하도록 노동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 민주노조(CFDT)는 1주 22시간 이상의 최소노동시간계약제를, 영국 생활임금재단은 15시간 이상의 최소생활 노동시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노동권익센터는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지자체 소속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생활임금조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생활이 가능한 최소한의 노동시간을 보장하는 정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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