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61>‘입안’은 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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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언제 밥 한번 먹자!”

오랜만에 우연히 만난 친구와 악수만 하고 헤어질 때 흔히 하는 말이다. 한데, 여기에 쓰인 부사 ‘한번’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사전)을 보자.

*한번(한番): ①(주로 ‘-어 보다’ 구성과 함께 쓰여) 어떤 일을 시험 삼아 시도함을 나타내는 말.(한번 해 보다./한번 먹어 보다….) ②기회 있는 어떤 때에.(우리 집에 한번 놀러 오세요./시간 날 때 낚시나 한번 갑시다….) ③(명사 바로 뒤에 쓰여)어떤 행동이나 상태를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춤 한번 잘 춘다./공 한번 잘 찬다./너, 말 한번 잘했다….) ④일단 한 차례.(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한번 먹으면 멈출 수 없는 맛이다.)

그러니 밥 한번 먹자는 말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밥을 먹자는 얘기가 된다. 한데, 저기서 ‘한번’을 ‘한 번’으로 띄어 쓰면 뜻이 전혀 달라진다. ‘딱 한 번’이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좀 과장해서 해석하자면, 앞으로 남은 평생 동안 너와 나는 밥을 단 한 번만 먹자는 얘기가 되는 것. 띄어쓰기 하나에 이런 무서운 차이가 있다. 띄어쓰기를 소홀히 여기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기사 제목에 나온 ‘다시 한 번’도, 같은 해석을 적용하면 ‘다시 한번’이 더 적절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딱 한 번만 더 점검을 해 달라는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한 번에 안 되면 두 번, 세 번 시도해야 이룰 수 있다’처럼, ‘한번’을 ‘두 번, 세 번’으로 바꾸어 뜻이 통하면 ‘한 번’으로 띄어 쓴다.





이 제목들에서 하나는 ‘입안’으로 붙여 썼지만, 다른 하나는 ‘입 안’으로 띄어쓰기가 돼 있다. 과연 어느 것이 제대로일까. 답은 ‘둘 다’다. 표준사전을 보자.

*입안: 「의학」 입에서 목구멍에 이르는 빈 곳. 음식물을 섭취·소화하며, 발음 기관의 일부분이 된다. =구강, 입속.

‘아니, 이러면 둘 다 ‘입 안’으로 써야 하지 않느냐’고? 뜻풀이를 다시 보면, 「의학」이라는 표시가 보일 것이다. 그게 바로 열쇠. 즉, 의학 전문어로 쓰일 땐 ‘구강’이라는 뜻의 한 단어이므로 붙여 쓴다는 것. 그러니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은 당연히 ‘입 안’으로 써야 한다. 헷갈린다면, ‘구강’으로 바꿔 써서 어색하지 않을 때는 ‘입안’으로 붙여 쓴다고 생각하실 것.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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