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울경 권력 교체, 지역발전 새 시대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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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뒀다. 광역자치단체장의 경우 부산과 서울 등 거의 전 지역에서 이겼다. 2018년 지방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이 대승을 거뒀는데, 상전벽해라 할 만치 지방권력의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고는 하지만 가히 놀라운 일이다. 지난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승리를 거둠으로써 정부 여당은 국정 운영에 날개를 달게 됐다. 우려되는 건 중앙권력과 함께 지방권력까지 여권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각 부문에서 행정과 정책을 감시하고 견제할 사회적 여력이 현저히 약해졌다는 점이다. 국가도 그렇지만 지방도 여야가 균형을 이뤄야 발전이 가능하다. 정치권의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4년 전 참패 딛고 압승
민심 못 읽은 야권에 혹독한 심판
여야 협치로 지역 과제 극복해야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62.7%의 득표율로 당선됐던 국민의힘 박형준 당선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그와 비슷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마냥 자축 분위기로 있어선 안 될 것이다. 박 당선인이 얻은 압도적인 지지는 침체의 늪에 빠진 부산을 구해 내라는 부산 시민의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연임에 성공한 박 당선인은 경쟁력 측면에서 향후 부울경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박 당선인에게 특히 화급을 다투는 과제가 있다. 이번 선거를 틈타 일각에서 부울경특별연합에 어깃장을 놓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박 당선인은 울산과 경남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해 부울경특별연합(메가시티)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할 것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파란이 일어났다. 2018년 부산 16개 구·군 중 13곳을 휩쓸었던 민주당은 이번엔 참패했다.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말 그대로 하룻밤 사이 세상이 뒤집어졌다고 해야 할 판이다. 부산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계열의 김석준 후보는 위태로운 승부를 펼쳤다. 변화를 갈구하는 민심을 외면할 때 얼마나 혹독한 응징이 따르는지는 이미 2018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여실히 보여 준 바다. 그런데도 소위 진보 진영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고 똑같은 우를 범했으니, 자업자득인 셈이다.

선거 결과와는 별도로 정치권이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최종 투표율이 50%를 간신히 넘겼다.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두 번째로 낮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 선거가 불과 3개월 전이라 유권자의 관심도가 높지 않았다는 설명을 내놓았지만, 그렇게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건 결국은 선거에 임한 정치권이 유권자에게 제대로 된 이슈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입으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서 실상은 국민과 유리된 정치를 한 셈이다. 국민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자기들의 정파적 입장만을 강요한 건 아닌지 정치권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이제는 지역발전을 위한 새 시대를 여는 데 여야가 함께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부울경이 처한 현실을 냉정히 봐야 한다. 일자리는 줄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청년들이 떠나고 인구는 지역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늘어난다. 불황에 물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잦아들고는 있다지만 코로나19 상황 역시 만만히 볼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부울경특별연합, 2030엑스포 등 지역의 미래를 바꿀 기회도 눈앞에 펼쳐져 있다. 모두 여야의 협치 없이는 이겨 내거나 달성하지 못할 과제들이다. 여권은 겸허히 야권에 손을 내밀고, 야권은 전에 없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지역을 위한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하지만 빠뜨리는 게 없다고 했다. 유권자의 눈이 얼핏 흐려 보여도 언제나 매섭게 지켜보고 있음을 정치권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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