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의 월드 클래스] 우리는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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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팀장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깨달은 사실이다. 네가 안전해야 내가 안전하고, 내가 안전해야 네가 안전하다고. 그보다 앞서 우리는 땅과 바다로, 하늘과 바람으로 서로 연결된 존재였다. 그래서 ‘기후위기’는 누구 하나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였다. 이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 코로나가 지구를 덮쳤다고들 했다. 돈이 많다고 혼자만 안전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선진국들은 사재기했던 백신을 뒤늦게 가난한 나라에 풀었다. ‘변이’가 존재하는 한 팬데믹이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다시 한번, 더 노골적으로 이 진리를 깨우치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과 끝을 알 수 없고, 원인과 결과를 알 수 없는 채로 연결된 전 세계는 전쟁의 구렁텅이로 함께 빠져들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큰 영향을 주지도, 받지도 않을 거라 여겼지만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두 달 동안 18억 유로(약 2조 4000억 원) 규모의 러시아산 화석연료가 우리나라에 수입됐다. “러시아 기름은 우크라이나인이 흘리는 피”라고 했는데, 인도주의적 지원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고 자위해 왔지만 실은 우리나라도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대는 데 일조해 온 것이다.

'유럽의 빵 바구니' 우크라이나의 황폐화와 항구 봉쇄는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를 가격했다. 팬데믹이 옅어지기 무섭게 세계는 함께 ‘식량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6일 보고서를 내 “우크라이나 전쟁, 극단적인 날씨, 코로나19 등의 파급 효과로 수백만 명이 굶주림에 내몰렸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이를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퍼펙트스톰은 전쟁과 기후위기에 가담조차 하지 않은 가난한 국가, 가난한 사람들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등 6개국은 재난급 위기에 직면했으며, 최대 75만 명이 아사 위기에 놓였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신장(장기) 밀매가 성행해 '신장 하나 마을(one kidney village)'까지 생겼다.

그리고 퍼펙트스톰은 서서히 그 윗 단계로 올라오는 중이다. 올 1분기 우리나라 소득 하위 20% 가구들도 소득의 42%를 식비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현재 상황은 2011년 아랍의 봄 사태나 2007~2008년 식량위기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했다. 코로나와 기후위기, 전쟁이 '3단 콤보'로 빚어낸 결정판 식량위기 앞에서 우리는 뭘 해야 할까. 깨닫고 행동하지 않으면, 또 다른 위기가 우리를 덮칠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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