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방역 빗장 풀리자… 다시 북적인 명동, 아직 한적한 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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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은 다시 북적인다는데 부산 서면은 언제쯤?”

정부가 1일부터 외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데 이어 8일부터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의무격리마저 해제했다. 2년 넘게 옥죄어 뒀던 입국자 방역체계의 마지막 빗장을 푼 셈이다.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에 서울과 수도권 일대 관광업계에는 화색이 돈다. 7일 롯데면세점 서울 명동점에는 2년 만에 150명이 넘는 말레이시아 관광객 150여 명을 태운 관광버스가 도착해 화제가 됐다. 앞서 지난 2일 필리핀 단체 관광객이, 6일에도 태국 단체 관광객이 롯데와 신라면세점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근거리 동남아 관광객을 중심으로 인바운드 관광이 재개되고 있다.

미접종 입국자 격리의무도 해제
항공사,김해보다 인천부터 증편
서울엔 동남아 단체 관광객 몰려
부산 관광업계 여전히 ‘개점휴업’
외국인 모객 여행사 2년 새 급감
축제 많아질 가을까진 ‘보릿고개’

서울과 마찬가지로 인바운드 단체 관광객이라는 단비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 부산 관광업계다. 그러나 서울과 달리 텅 빈 면세점 풍경처럼 현장에서는 아직 더 인내해야 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호텔가 역시도 내국인 수요는 살아났지만 부산 남포동과 서면을 활보하던 대만과 일본인 숙박객 수요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호텔마다 싱가포르 등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이 적용된 국가에서만 주당 1~2팀 정도 소규모로 찾아오는 게 전부다.

국경 개방을 놓고 서울과 부산 간 극명한 온도 차를 보이는 건 부산에서는 인바운드 관광객 모객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바운드 관광객을 모셔올 부산의 전문 여행사가 지난 2년간 전멸한 게 가장 뼈아프다. 현재 업계에서 추정하는 부산의 인바운드 모객 가능 여행사는 불과 5~6곳. 코로나 팬데믹 이전 20여 곳에 달하던 대형 업체 대부분이 문을 닫거나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그나마 있는 여행사 입장에서도 인바운드 영업 상황이 완전히 개선된 게 아니다. 방역 당국은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입국 시 방역 절차를 완전히 면제해 주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는 면제된 국가는 몽골과 베트남, 2개국이 전부다.

부산 관광업계를 주름잡던 ‘큰손’이라 할 만한 나라는 일본과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정도인데, 이들은 여전히 백신접종 증명서가 필요한 상태다. 이마저도 패키지여행에 한해서다.

특히 일본은 하루 입국자 수 2만 명 제한 조치를 풀지 않고 있어 거리는 가깝지만 일본 관광객이 선뜻 부산으로 오기 어렵게 됐다. 부산관광협회 측은 “입국 절차가 간소화됐다지만 몽골, 베트남만으로는 부산 관광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대만이나 일본 등의 입국 절차가 간소화될 때까지 서울에 온 외국인 손님이 부산을 들렀다가 가는 ‘낙수’로 버텨야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부산관광공사 역시도 인바운드 수요를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한편 달력이 빼곡할 정도로 동남아 여행 관계자 팸투어를 진행 중이다. 중화권을 비롯해 멀리 캐나다와 터키 현지 여행사 직원과 여행 인플루언서까지 보름이 멀다하고 부산을 찾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현지에서 부산 여행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같은 부산의 노력에도 항공업계의 해외노선 증편 일정을 살펴보면 일단 입·출국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캐시카우’인 인천국제공항 노선부터 잡아 놓고 김해국제공항 노선 증편에 나서겠다는 게 에어부산을 비롯한 항공업계 대부분의 방침이다.

부산관광공사에서는 부산을 후순위로 밀어둔 항공업계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부산관광공사 글로벌마케팅팀은 “현장에서 제아무리 홍보해도 일단 부산으로 들어오는 항공편이 마련되지 않으면 힘들다”며 “사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판단이지만 부산이 후순위로 밀려 나와 있는 상황이라 관광 마케팅에도 한계가 있다”고 푸념했다.

반면, 서울과 수도권 관광업계의 낙수로 버티다 가을 무렵 본격적인 반전을 노릴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여름 성수기를 거치면 필연적으로 항공업계와 여행업계가 정상 영업 태세를 정비해야 하고, 그 직후인 가을부터는 부산에서 대규모 축제가 연이어 벌어지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불꽃축제,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인 K팝의 상징적인 행사인 원아시아페스티벌까지 줄줄이 재개될 예정이어서 원도심 일대 호텔가에서는 벌써 10월 예약을 상담하는 해외 문의가 늘고 있다.

중구 크라운하버호텔 측은 “5월부터 해외 손님이 드문드문 늘고 있지만 아직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면서도 “원아시아페스티벌 등을 앞두고 K팝 팬이 많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10월 예약 문의가 늘고 있어 가을 특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글·사진=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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